아르헨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하자 트럼프 ‘빌딩 건축 허가 내달라’ 청탁

중앙일보

입력 2016.11.23 01:54

수정 2016.11.23 02:58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마우리시오 마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자신의 아르헨티나 현지 사업과 관련된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와 마크리 양측은 이 보도를 부인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언론인 호르헤 라타나는 20일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지난 14일 트럼프가 대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전화한 마크리 대통령에게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트럼프타워의 건축 허가를 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수년 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주차장 부지를 매입해 35층 높이의 트럼프타워 건설을 시도했으나 각종 인허가 장벽에 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아르헨 언론 보도…양측은 부인
당선 후 기업인과 비공개 회동도
사업가 대통령에 대한 우려 커져

이 일을 계기로 사업가 출신으로 다수 기업과 부동산을 보유한 트럼프가 공정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는 인도에서만 최소 16개 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전 세계 약 20개 국가에 100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과거 사업 파트너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정경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업가 출신인 마크리 역시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트럼프와 함께 사업을 하고 골프도 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기업인 회동은 미국 내 기자들에게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 17일 트럼프가 사업가 시절 교류하던 인도 기업인들을 만난 사실은 인도 현지 언론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 트럼프 측은 이들을 의례 차원에서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트럼프를 만났던 인도 부동산 개발업체 판치실의 사가 초디아 이사는 “트럼프와 향후 사업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 트럼프타워 사업을 진행하는 펠리페 야르유라 YY디벨롭먼트그룹 이사가 9일 새벽 뉴욕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 축하연에 참석해 트럼프의 차남 에릭과 사진을 찍는 등 친분을 과시한 사실도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에서 먼저 보도됐다. 온라인 매체 쿼츠는 “앞으로 미국 언론이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파악하려면 외신 보도를 끊임없이 주워 모아야 한다”며 비꼬았다.


트럼프그룹에서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장녀 이방카, 장남 트럼프 주니어, 에릭 등 트럼프의 자녀들이 계속해서 국정에 관여하는 것도 트럼프의 불공정한 국정 수행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마크리는 2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4일 트럼프에게 전화를 할 때 이방카와도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방카는 지난 17일 트럼프와 아베 신조 총리의 회담에도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방카와 트럼프 주니어, 에릭은 현재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행위원과 트럼프그룹의 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