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의 진격, 바이에른 뮌헨도 제쳤다

중앙일보

입력 2016.11.23 01:00

수정 2016.11.2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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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만년 하위팀 레스터시티는 창단 13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는 창단 7년밖에 안 된 RB 라이프치히가 깜짝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22일 현재 8승3무(승점27)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바이에른 뮌헨(7승3무1패·승점24)을 2위로 밀어내고 무패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2009년 5부 리그팀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해 재창단한 팀이다. 그리곤 창단 7년 만에 4부→ 3부→ 2부→ 1부 리그로 초고속 승격했다.

창단 7년 라이프치히 깜짝 선두
최대 주주인 레드불, 통 큰 투자
평균 23.9세, 젊음 앞세운 압박축구
올 1부 승격 뒤 11경기 무패 행진

라이프치히의 최대 지분은 오스트리아 음료회사 레드불이 보유하고 있다. 레드불은 황희찬(20)이 뛰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레드불 잘츠부르크와 미국의 뉴욕 레드불스 등 5개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레드불의 지원을 받은 라이프치히는 수퍼스타를 스카우트하기보다는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에게 거액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팀 체질을 바꿨다. 라이프치히는 올 시즌 스코틀랜드의 샛별 올리버 버크(19)를 데려오기 위해 1500만 유로(187억원)를 투자했다. 라이프치히의 평균연령은 23.9세다. 유럽 3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를 통틀어 가장 젊은 팀이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레스터시티는 약팀이 주로 쓰는 역습 축구를 했다. 반면 라이프치히는 유니폼에 그려진 두마리 황소처럼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며 “4-2-2-2 포메이션을 활용해 독일에서 가장 강력한 압박을 펼친다. 공을 빼앗기면 5초 안에 되찾아 오는 게 목표다. 볼 점유율을 높이기보단 선 굵은 직선 축구를 펼친다”고 전했다.

그러나 독일 내에선 라이프치히의 돌풍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라히프치히를 ‘독일에서 가장 미움 받는 축구 팀’이라고 평가했다. 분데스리가에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팀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구단 지분의 49%를 초과해 보유해선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는데 라이프치히는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RB 라이프치히’라는 팀 명칭에 대해서도 눈살을 찌푸리는 이가 적지 않다. 독일에서는 팀이름 앞에 기업명을 넣는게 금지돼 있는데 라이프치히는 교묘한 방법으로 모기업을 홍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구단은 라이프치히 앞에 붙은 RB(RasenBall)가 ‘잔디공’을 뜻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기업 이름(레드불)으로 여긴다. 그래서 상대팀 팬들은 라이프치히와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면 보이콧의 의미로 경기장에 나가는 걸 포기하기도 한다.

라이프치히는 모기업의 재력을 앞세워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팀 문화는 엄격한 편이다. 선수들은 보석이나 고급차를 과시해선 안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100g당 벌금을 내야 한다. 그래도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수비수 올리 오반(독일)은 “우린 굶주려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랄프 랑닉 단장은 “우리 팀엔 국경이 없다. 전쟁에서 영토를 확장하는 것처럼 가는 곳마다 승리한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김홍근 HK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구 동독 지역(작센 주)에 자리잡은 라이프치히가 돌풍을 일으키며 구 동독 축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프치히의 돌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젊은데다 강팀들을 잇따라 꺾으면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신문 빌트는 지난 19일 라이프치히의 승리 소식을 전하며 ‘이러다 우승하는건 아니겠죠?’란 타이틀을 달았다. 도르트문트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라이프치히가 제2의 레스터시티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밝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