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호텔은 지난 18일 ‘하야 당일 모든 객실 무료’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호텔 벽면에는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현수막도 붙였다. 이 호텔 사장 이모씨는 “바빠서 촛불집회에는 못나가지만 대통령이 즉각 그만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숙박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 호텔의 객실요금은 7만~9만원이다.
부산시 금정구 부산대 앞의 카페 ‘금빛물고기’는 하야 당일에 한해 모든 음식과 음료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이 카페에서는 돈가스 1만원, 생과일주스 5000원, 커피 1000원에 판다. 2011년 문을 연 이 카페는 하루 2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인 임정숙(51·여)씨는 “대통령이 그만 두는 날은 온 국민의 축제일이 될 것이며, 축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야 일에 일손이 달리면 아르바이트생을 써서라도 손님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에는 한 업체가 ‘박 대통령 퇴진 때까지 폐쇄회로TV(CCTV)를 5만원의 싼 값에 설치해주겠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부산서면의 한 주점은 대형 전광판에 ‘이게 나라냐’, ‘즉각 퇴진’문구를 내보내고 있다.
울산시 남구 달동의 한 조개구이집은 지난 3일 대통령 하야 같은 특단의 조치가 날 때까지 술을 원가에 팔겠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가게 대표 김영섭(43)씨는 “술 한 잔 할 때마다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정부의 행태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현수막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사가 안돼 직원까지 내보내는 마당에 오죽하면 이렇게 하겠느냐”며 “포크레인이라도 몰고 청와대로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 대표인 조성훈(46)씨는 “손님들이 일부러 현금으로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안 받거나 응원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며 “하야할 때까지 현수막을 붙여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의 한 음식점은 최근 ‘박 대통령 하야일부터 사흘간 소주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밤 장사 하느라 촛불집회에 참석을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청와대, 국정원, 검찰 간부 입장사절’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인근에 있는 카페 ‘보레브’는 지난 21일부터 색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장님의 영원을 담은 하야빵'과 '순시리 깜빵'이 그것이다.
하야빵에는 '라임'을 넣었다. 차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가명인 '길라임'을 빗댄 것이다. 순시리 깜빵에는 콩을 듬뿍 넣었다. 감옥에서 먹는다는 '콩밥'에서 착안했다. 이들 빵의 가격은 1700원으로 이 카페에서 파는 빵 가운데 가장 싸다.
부산·울산·대전·인천·전주=황선윤·김방현·최모란·최은경·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