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창조혁신센터는 지금 창조경제혁신센터 불씨 살리려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은 중국 정부 주도로 조성한 ‘중국판 창조경제혁신센터’다. 규모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지만 더 큰 차이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첨단 과학기술을 가진 대졸 입주자에게 베이징 거주증과 의료보험, 임대아파트 주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10여 개 창업지원센터는 자금·법률·시제품 생산을 돕는다. 협력 대학은 인력과 장비를 제공한다. 레노보·바이두·샤오미 같은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이 탄생한 배경이다.
중관춘을 연구한 김영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까다롭게 검증하되 일단 중관춘에 들어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전폭적으로 돕는다. 창업생태계 구축에 관한 한 ‘선택과 집중’ 원칙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키울 역량 갖춘 인력 필요
정부 역할 끝, 민간에 주도권 넘겨야
성과 내려면 최소 5년…조급증 금물
지방 센터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센터에서 이뤄지는 교육·상담 등에서 전문성을 느끼지 못했다. 스타트업이 창업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화될 때까지 60단계를 거친다고 하는데 단계마다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생태계가 척박해 정부 주도로 시작했지만 민간에 주도권을 넘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청년창업재단 디캠프 김광현 센터장은 “정부 역할은 창업 토양이 전혀 없는 곳에 뿌리는 ‘마중물’에 그쳐야 한다. 센터는 창업 걸림돌을 없애 주면서 점차 민간 주도로 가도록 길을 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창업 전문가들은 ‘성과 조급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D 스캐너 검사장비 스타트업 씨메스 이성호 대표는 “‘데스 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창업 1년도 지나기 전에 센터 지원이 끊겨 아쉬웠다. 스타트업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5년은 지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경호·황선윤·위성욱·최은경·김준희·김호·최충일 기자 (이상 내셔널부)
임미진·최영진·박수련·김경미·김기환·유부혁 기자 (이상 산업부)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