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독자위원회 2016년 하반기 정기회의] “미국 사회 변화 제대로 못 읽어 트럼프 당선 예측 못해”

중앙일보

입력 2016.11.22 01:01

수정 2016.11.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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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70명의 따끔한 충고

부산독자위원회가 지난 7일 최훈 중앙일보 편집국장(오른쪽) 주재로 열려 지면과 디지털 보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사진 송봉근 기자]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 70명) 하반기 정기회의가 최근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에서 각각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 콘텐트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독자위원들의 쓴소리를 정리했다.

◆서울 ▶이영애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1면 제목을 비교해 보면 개헌 뉴스 때의 경우 경쟁지는 중요 이슈가 무엇이냐를 알기 쉽게 부각했다. 반면 중앙은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가 중요도를 따지는 측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듯했다.

“팩트 이면의 잘못도 지적했으면”
“신중해서 이슈 보도 늦을 때 있어”
“빠른 사회변화 속도 잘 감지해야”
“모바일 시대 젊고 감성적 제목 필요”

▶이유나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박근혜·최순실 의혹 보도에서) JTBC가 특종을 선점해 중앙을 비롯한 신문들이 따라가듯 보도했다. 그래서 중앙 지면 주목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성삼 인천 송도고 교장=미국 대선 보도를 돌아보면 언론들이 흥미와 선정성 측면에서 쏠림 현상이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독자들이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언론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언론들이 사회조사방법론 측면에서 당선 예측에 문제가 있었다고 접근했다. 하지만 언론들이 미국 사회 변화라는 본질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 것 아닌가.

◆부산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감각적인 부사·형용사를 써야 요즘 젊은이들이 본다. 제목만이라도 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제목은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느낌을 전달하는 거다.


▶류성욱 부산교육정책연구소장=조선과 해운산업 문제를 다뤘지만 정부가 다음 정권에 미뤄버린 상황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팩트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적해야 한다.

▶강경태 부산경실련 의정평가단장=10월 11일자 1면은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기사를 넣어 지면이 한가해 보였다.

▶문종대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논설위원들이 바뀐다고 논조까지 바뀌면 문제다. 논설위원이 바뀌더라도 중심이 되는 가치는 항상 공유돼야 한다.

▶최영경 부산시학부모총연합회장=11월 2일자 1면에서 ‘중국 어선 위협에 기관총 700발’ 기사는 너무 적게 다뤘다.

▶차성환 부산참여연대 공동대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시끄러울 때 사설에서 국론이 분열되면 안 된다는 식의 글이 실렸다. 다양한 의견이 모여 국론이 통일되는 것인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국론을 통일하자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

▶최상곤 부산세무사회장=신문이나 모바일 기사의 제목이 밋밋하다.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제목을 감성적으로 뽑아야 많이 클릭하고 신문도 본다.

◆인천 ▶이종린 인천지방변호사회 부회장=제목만 봐도 이슈가 되는 사안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중앙은 그런 면에서 좀 부족해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앙은 신중함 때문인지 일부 주요 이슈와 관련해 기사를 내는 시기가 늦을 때가 있다. 이로 인해 신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른 언론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석원 가림초등 교사=다양한 대학들의 소식을 다루지 않고 특정 대학 기사가 반복돼 이런 점이 나와의 관련성이 떨어져 신문과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종교적 차원의 병역 거부는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선 관심사다. 그런데 이 문제를 신문이 처음부터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은경 문화이음 다강 대표=9월 6일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인터뷰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적절하지 못했다. 당시 백남기 농민이 살아있는데 가족들을 유족이라고 표현했다.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면에 기사가 2∼3 꼭지밖에 없다. 기사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신문을 일일이 넘겨봐야 해서 불편하다.

▶우영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인터넷 신문의 경우 각종 기획기사와 관련한 영상과 그림이 자동으로 나와 보기가 좋다. 하지만 모바일에선 문제가 있다. 고화질 영상의 데이터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서비스해 잘 뜨지 않고 클릭하기 부담스럽다.

◆대전 ▶유병로 대전교총 회장=베를리너판이다 보니 경쟁지에 비해 광고량이 많아 보인다. 광고 지면도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

▶차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10월 17일자 1면에 “노무현, 북한 쪽지 보고받았다”라고 따옴표를 붙여 제목을 뽑았다. 외국에서는 따옴표로 처리하는 보도를 안 한다. 따옴표 안의 내용이 진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진짜 사실 보도다.

▶노기수 대전시청 도시마케팅팀장=캠페인 광고에 양질의 콘텐트를 담는 것은 좋은데 기업 로고가 들어가면 금방 시선을 돌린다.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사설에서 강한 주장을 해야 하는 데 너무 온건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부드럽게 대충 넘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8일에는 광주독자위원회가 남윤호 중앙일보 편집국장대리(오른쪽) 주재로 열려 위원들의 고견을 들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임낙평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중앙 1면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시사성이 강하거나 정부정책에 반하는 기사들을 다른 신문보다 덜 다룬다는 느낌이 든다.

▶최경천 전 KBS 아나운서=오피니언면에 독자들의 기고나 글을 게재하는 게 타 신문에 비해 너무 인색하다. 영향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독자나 일반인 기고자를 많이 끌어들였으면 한다.

▶김원중 가수=중앙이 변화를 거듭했음에도 여전히 보수 편향적인 기사들이 있다. 시대는 분명히 변하고 있는데 변화의 속도를 기성세대나 기득권 계층이 감지를 못하는 것 같다. 빠른 변화를 통해 중앙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미디어가 돼야 한다.

▶박선정 광주대 음악학과 겸임교수=특정 사안을 심층적으로 다룬 기획기사가 미흡하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기사·칼럼은 많은데 심층 기획물은 경쟁 신문보다 적어 보인다.

▶김균수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모바일이나 인터넷 중앙일보에서 선정적인 광고를 제한해야 한다. 그런 광고들 때문에 중앙일보의 좋은 콘텐트들이 묻힌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독자들도 자주 지적한다.

◆특별취재팀=장세정·홍권삼·전익진·황선윤·김방현·최경호 기자 zh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