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5년 차 김주성은 그동안 큰 키(2m5cm)를 바탕으로 높고 튼튼한 ‘동부산성’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3점슛을 던지는 빅맨’으로 깜짝 변신했다.
5개 던지면 3개는 성공, 전체 1위
경기당 2.4개 동부 4연승 이끌어
“코트 넓게 쓰고 슛거리 늘린 게 비결”
1만 득점 눈앞, 마흔 살 은퇴가 꿈
농구팬들은 요즘 “한국의 슈터 계보가 신동파-이충희-고(故) 김현준-문경은-김주성으로 이어지겠다” 등의 농담을 던진다. ‘빅 맨’이 왜 3점슛을 쏘는지 물어봤다. 김주성은 “외국인 선수가 2, 3쿼터에 두 명이 출전한다. 활동 반경이 중복될 수 있기 때문에 코트를 넓게 쓰고 슛거리를 늘렸다”고 말했다.
현주엽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동부는 골밑에 버티고 있는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2m7cm)과 웬델 맥키네스(1m92cm)가 위력적이지만, 가드 두경민이 발등 부상으로 빠지면서 외곽슛이 약해졌다”며 “상대가 수비를 좁히면 동부의 공격이 차질을 빚었는데 김주성의 외곽슛이 터지면서 안팎으로 공간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김주성은 상대가 붙으면 돌파나 패스를 하고, 떨어지면 3점슛을 쏜다. 주성이의 3점슛은 팀에 필요한 공격 전술이 됐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어릴 적 온가족이 단칸방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소아마비 후유증, 어머니는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 남들보다 늦은 고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김주성은 지금도 가족만 생각하면서 코트를 누빈다. 지난 시즌 김주성은 프로농구 최초로 통산 1000블록슛을 돌파했다. 현재 통산 9634점을 기록 중인 김주성은 서장훈(1만3231점)·추승균(1만19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만 득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주성은 “프로야구 이승엽(40·삼성) 선수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한 몸관리를 통해 대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도 마흔 살까지 뛰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