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
“모바일 시장은 국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요. 지구촌 전체가 공략 대상입니다. 한국어로만 상품을 만든다면 수요는 40만 명 뿐이에요. 5개 국어로 서비스하는 이유요? 20억 명이 넘는 어린이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서죠.”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일본어·스페인어·중국어까지 5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이 동영상은 스마트스터디 김민석(36) 대표의 작품이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서초동 스마트스터디 본사에는 넓은 직원 휴게실은 물론 카페테리아까지 있었지만 대표실은 없었다. 직원들과 맞대고 있는 책상 한개가 ‘대표 자리’다. 김 대표 스스로가 기획자 겸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핑크퐁’ 유튜브 조회 1억5000만건
아이들 사이선 ‘핑통령’으로 통해
7년 만에 매출 170억, 해외서 70%
러시아·힌디어 서비스도 곧 선봬
2010년 6월 창업 후 7년 만인 올해 매출 17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모든 콘텐트가 출시를 앞둔 러시아어·힌디어를 포함해 7개 국어로 서비스된다.
김 대표는 “4년째 교육앱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동요 한 곡을 만들 때도 가사부터 스피커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인데 지구촌이라는 큰 시장이 대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새 콘텐트를 출시할 때 가장 조심하고 신경쓰는 부분은 ‘현지 문화 파악’이다. 한국에선 자연스러운 일이 해외에선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컨대 곱슬머리에 도톰한 입술의 흑인 아이 캐릭터는 흑인 비하라는 지적을, 피노키오의 큰 코 아래 그려넣은 그림자는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항의를 받았다. 아이가 엉덩이춤을 추는 영상은 한국에선 ‘귀엽다’는 반응이지만 유럽에서는 ‘아동 성희롱’이 된다.
보람도 있다. 김 대표는 “어떤 자극에도 표정 변화가 없던 자폐아가 상어가족 동영상을 보면서 난생 처음 웃었다는 호주 엄마의 사연을 받았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스터디를 지탱하는 힘을 “온·오프라인 콘텐트 전문 인력의 융화”라고 말한다. 그는 “완성도를 중시하는 출판물 제작 전문인력과 속도를 중시하는 IT 전문인력의 조율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실패한 이유는 알아도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대한 답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며 “다만 다른 사람의 실패를 꼼꼼히 살폈다”고 답했다.
그는 “교육 콘텐트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유통 구조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출판사나 애니메이션사는 서점이나 방송국을 통해 콘텐트를 판매하기 때문에 생산과 유통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라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핑크퐁 관련 도서와 캐릭터 상품은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자체 웹사이트에서만 판다. 올해 핑크퐁 관련 도서만 20만권이 팔렸다. 김 대표는 “서점이나 방송사에 의존하는 구조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그들이 좋아할 이야기’를 하게 한다”며 “유통망의 자립 덕분에 자유롭게 세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콘텐트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