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움 이동모 원장을 찾았다. 그는 건물 맞은 편 빌라 3층에 있었다.
"VIP들이 애용하는 차움 건물과는 사뭇 다르다"고 하자 "거긴 비싸서 내가 있을 곳이 없다"고 말한다. 집무실 벽걸이형 TV가 눈에 띄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케이블TV 기사가 들어왔다. 이 원장은 "JTBC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하도 차움을 이렇다 저렇다 보도하길래 TV 좀 보려고 케이블을 설치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5층 '시크릿가든' 이름이 드라마 이름과 같은데.
- (직원에게 확인한 뒤) "2010년 차움 오픈 때 이런 이름을 붙였다. 항간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박근혜 대통령의 닉네임이 길라임이라 시크릿가든이라고 지은 것 아니냐고 한다. 차움에서 시크릿가든이라고 지은 뒤에 드라마가 나왔다.”
- 시크릿가든은 어떤 곳인가.
- "차움 5층에 있는 마루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다."
- 최순실을 직접 본 적 있나.
- "지난해 3월 차움 원장에 취임했다. 그 뒤로 봤다 해도 몰라봤을 것이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당시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 사람을 전혀 알지도 못한다.”
- 박 대통령이 무료로 시술 받았나.
- "일부러 알아보지 않았다. 의료법상 환자의 진료 기밀을 알아선 안 된다.”
- 박 대통령이 차움에서 주사를 많이 맞았나.
- "맞았다.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는 모르겠다. 여기 와서 맞을 리는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1년 1~ 7월 '길라임'이라는 닉네임으로, 2011년 7월 중순부터 2012년 6월까지 박근혜라는 실명으로 진료 받았다.”
- 왜 '길라임'이었나.
- "김상만(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길라임으로 했느냐’고 물어봤다. 처음엔 (김씨가 차트에) '길라임'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1년 7월쯤 당시 차움 원장이 ‘길라임으로 하면 안 된다, 실명으로 해야 한다'고 질책해 박근혜로 바꿨다고 했다.”
이 원장은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오늘(17일) 그 당시 일했던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대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에게 혹시라도 누가 될까 봐 차움 직원이 '길라임'으로 썼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실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바꿨다."
- 박 대통령 본인이 길라임으로 표기된 걸 어떻게 알았나.
- "그것까진 나도 모른다. 우리 직원이 임의로 길라임으로 바꿨다면 박근혜 후보를 과하게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난 우리 직원 얘기도 다 믿지 못하겠다. 김상만씨 말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2012년 6월까지 (당시 대통령 후보자 신분으로) 차움에 온 건 확실하다. 당시 박 후보는 IVNT(포도당에 종합 비타민을 넣은 주사제)를 여러 번 맞았고 재활치료도 받았다. 그 무렵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과) 악수를 많이 해서 그랬는지 물리치료도 받았다. 또 운동치료 차원에서 5층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 것 같다.
대통령이 된 후론 차움에 안 왔다. 왔다는 말은 헛소리다. 차움에 오려면 경호원들이 따라붙을 텐데 여기 직원들이 모를 리 없지 않겠나. 직원들도 취임 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당선 이후에도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신 가져간 게 맞다면 박 대통령이 굳이 여기(차움)까지 와서 주사를 맞을 일이 뭐가 있겠나. 거기(청와대)엔 주치의 밑에 과별로 자문의가 30명씩 있다고 하더라. 여기 나와서 맞을 리 있겠나."
- 최순실씨가 약을 대리처방 해간 건 맞나.
- "처음엔 최씨 비서가 최순실 이름으로 IVNT를 여러 번 처방 받아 가져갔다. 그 비서는 안씨 성을 가진 여자다. 항간엔 안봉근이라는 남자가 가져갔다는데 그건 헛소리다. 여자 비서가 가져갔다. 내가 보기에 최씨 본인이 주사제를 포장해간 사실은 맞는 것 같다. IVNT는 정맥에 놓는 주사다. 차움 간호사가 최씨에게 이 주사를 놓다가 정맥 혈관을 못 찾아서 혈관을 터뜨린 모양이다. 그러니까 성질 급한 최씨가 '내가 아는 간호사가 있으니 그 간호사에게 맞겠다'고 말하고 주사제를 가져갔다고 한다. 차움 건물에 최씨 집이 있으니 맞으려고 가져간 것 같다.
차트에는 환자에게 내주는 처방전 차트, 의사가 기입하는 진단 차트가 있다. 대리 처방이라는 보도가 나와서 처방전 차트를 샅샅이 훑어봤다. '포장'이라고는 표기돼 있었다. (주사제를) 가져간 건 맞다. 그런데 최씨가 맞았는지 박 대통령이 맞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서 '대리처방'이 아니라 '대리수령'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JTBC에서 '청' '안가'라는 표기가 있다고 보도해서 진단 차트를 뒤졌다. '청' '안가'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김상만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지 않더라. 어쨌든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만약 최씨가 대통령에게 줄 주사제를 청와대로 갖고 가다 간첩이 독극물이라도 섞으면 어떻게 되겠나."
- 태반주사, 백옥주사, 신데렐라 주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맞았나.
- "그건 내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본 차트에선 거의 다 IVNT였다. 만약 사실을 알아도 밝힐 수 없다. 의료법상 환자 기밀유지 규정에 어긋난다."
- 박 대통령이 프로포폴 처방을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
- "일반적으로 프로포폴은 위·대장 내시경 검진에 쓴다. 차움은 피부과에서 리프팅 용도로만 쓴다. 한 달에 5개만 사용한다. 그리고 프로포폴은 보건소에서 철저히 관리한다. 최씨가 포장해간 목록에 프로포폴은 없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해당하는 차트도 일부러 찾아봤다. 박 대통령이 오지도 않았다. 세월호 사건 전후 1주일간 차트를 뒤져봐도 최씨 가족 아무도 안 온 걸로 확인했다."
- 박 대통령이 공짜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 "그건 일부러 조사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유도심문에 넘어갈 것 같아 직원들에게 아무에게도 차트를 보여주지 말라 지시했다. 환자 비밀유지 규정상에도 어긋난다. 만약 본인(박대통령)이 나를 고발하려 하면 나는 걸린다. 박 대통령이 차움에 왔다는 걸 이미 알렸기 때문이다."
- 차움이 특혜를 받았다는데.
- "언론이 묘하게 엮고 있다. 차움이 박대통령에게 금전상 이익을 준 대가로 특헤를 받았으면 뇌물죄로 엮으려는 것이다. 그땐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었는데 차움이 굳이 잘 보일 이유 없었다."
- 박 대통령이 연회비를 내지 않았다던데.
- "회원이 아닌데 연회비를 왜 내겠나. 최씨 자매도 모두 회원이 아니었다. 여기는 병원이다. 병원은 돈이 없어도 와서 진료해달라고 하면 진료해야 한다. 의료법상 환자를 거부하지 못한다. 시술비 한 번도 안 냈다는 것도 헛소리다. 소설이다."
글·사진=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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