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아베 총리는 즉각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중의원 의원) 보좌관의 방미를 지시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윌리엄 스터드먼 전 국가안보국(NSA) 국장, 톰 코튼 상원의원 등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을 연쇄 접촉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선 회담 날짜까지 잡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미국 대선에 대비해 양 후보 진영에 구축한 인맥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 총리의 통화가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아베, 오늘 트럼프와 뉴욕서 만나
선거 전부터 캠프 인맥에 공들여
당선인의 외국 정상 회동은 이례적
여야 의원들은 정부 외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원 외교에 나섰다. 정동영·조배숙(국민의당), 정병국·나경원(새누리당), 김부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당선인 측 인사들과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 등을 만나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퓰너 회장은 “(한·미) 동맹에 관한 한 공화·민주당이 차이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의원 외교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정부를 상대할 파트너는 한국 정부이지 국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진영은 의회가 아닌 아웃사이더 출신이 대거 포진해 기존 지한파 인맥을 통한 개별 외교보다는 중량감 있는 정부 인사가 주도하는 국가 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 인사들도 방미 의원단에 총력전 외교를 주문했다. 조슈아 볼턴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고위급 지도자 간 소통이 중요한데 일본이 먼저 온다”고 지적했다. 빌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트럼프 정부는 지금 모든 게 만들어지고 있으니 고위급 접촉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방미 의원단의 한 야당 의원은 “총리가 미국으로 달려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가 움직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차이 나는 만큼 이번 고위 실무대표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트럼프 측에 ‘한·미 동맹 강화가 미국의 세계 전략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충분한 근거와 신뢰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로 인해 한·미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란 점을 제대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워싱턴=오영환·채병건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