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지만 올해 장하나는 비련의 여자 주인공 같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올해 한국 선수 최다인 3승을 거뒀지만 ‘공항 가방 사건’이 항상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인터뷰만 하면 악성 댓글이 달리는 통에 아예 언론을 기피했던 장하나가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6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장에서 장하나를 만났다. 장하나는 “솔직히 말하면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진 않았다. 잊혀질만 하면 누군가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며 “여전히 인터뷰를 하기가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공항 가방사건 이후 첫 인터뷰
전인지 부상 뒤 쏟아진 악플에 상처
‘그렇게 살지마’ 팬 폭언에 눈물도
LPGA투어 2년 째, 장하나의 2016년은 환희와 눈물이 교차한 시즌이었다. 상처가 곪아 지난 4월 수술을 받았던 장하나는 이후 두 달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시즌을 마치면 수술 부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을 계획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재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충격으로 흔들렸던 장하나를 일으켜 세운 건 아버지 장창호(65)씨였다. 장씨는 “타이거 우즈 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야유를 받는다. 넌 30승, 300승이 아닌 이제 겨우 3승을 거둔 선수일 뿐”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아버지의 이 한 마디가 장하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장하나는 파란만장한 시즌을 보내면서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장하나는 “내 주위엔 싫어하는 팬과 좋아하는 팬들이 확연히 갈린다. 10명 중 8명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를 좋아해주는 2명의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모습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하나는 새로운 캐디 제이슨 해밀턴(호주)과 호흡을 맞추면서 내년 시즌에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해밀턴은 청야니(27·대만), 최나연(29·SK텔레콤), 리디아 고(19·뉴질랜드)의 가방을 멨던 베테랑 캐디다. 장하나는 “톱랭커들과 호흡을 많이 맞춘 캐디라 확실히 위기관리 능력과 순발력이 뛰어나다. 코스를 파악하는 능력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성격이 잘 맞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플스=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