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도 아직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원격의료나 공유숙박업, 인터넷은행 등 핵심 분야에서 지지부진했던 탓이 크다. 규제완화·지원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건 관련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이다. 하지만 많은 법안이 야당 반발 등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이 9월 말 271개로 지난해 말(148개)보다 2배 정도로 늘었다. 하지만 정식 사업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서다.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인터넷은행의 지분소유 한도를 완화(4%→50%)하는 은행법 개정안,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성 OECD 최하위권
정부 “4년 내 일자리 25만 개 창출”
원격의료·공유숙박·핀테크 등
정치권 반발에 법 개정 안돼 지연
물론 일부 성과도 있다. 이번 달부터 안경·렌즈를 맞출때 시력 검사를 했다면 물건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는 개설 강좌 수가 140개로 확대됐다. 드론 상용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번 달 강원 영월에서 드론 물류 배송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반면 전문·과학·관리·지원(8.8%)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고용 비중은 주요국보다 4∼5%포인트 낮다. 정부가 의료·관광 등 유망 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선 이유다. 이들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도 커 ‘고용 불황’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 1조원당 고용은 482명이지만 서비스업을 하는 계열사 신라호텔은 4686명이나 된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의료, 소프트웨어와 같이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안정적인 성장과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요도가 높은 핵심 과제를 선별해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법안의 국회 통과가 필요한 경우 각 부처가 합동으로 의원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다음달에는 ‘중장기 서비스 연구개발(R&D) 정책방향’을 수립해 산업계 수요를 고려한 R&D 투자방안도 발표한다. 강기룡 기재부 서비스경제과장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과제를 더 발굴하고 서비스업 발전전략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정부 신뢰가 떨어졌고, 리더십 공백으로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련법안이 통과되려면 정치권과 긴밀히 소통해 법안 이견에 대해 수정·보완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경제부총리 임명 등으로 컨트롤 타워를 재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