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겐 탄핵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여야 모두 노무현 탄핵 때의 역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땅바닥이지만 막상 탄핵에 들어가면 보수층의 결집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들입니다. 청와대가 하야나 퇴진을 부인한 데 대해 역풍 유도 작전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유도 탄핵이 진행될지도 모릅니다. 법 절차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모양새가 좀 어색하게 됐습니다. 국회가 마치 등 떠밀려 정치적 금단의 영역인 탄핵에 휘말려 들어가는 듯 비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탄핵 논의를 시작했다면, 2선 후퇴니 거국내각이니 하며 시간낭비를 덜 했을 텐데 말입니다. 직구로 승부할 일을 자잘한 변화구를 던지다 자초한 셈입니다.
박 대통령이 오늘 부산 LCT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조사 대상인 박 대통령 본인은 조사 받기를 미루면서 다른 사건의 수사를 빨리 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여론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버티기의 일환이다, 뒤집기 작전이다, 검찰에 대한 경고다, 해석이 분분합니다. 야권에선 저의가 의심된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박 대통령은 “연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했다 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에 힘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지위 고하’가 먼저 심판받을까요.
서울시교육청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고교 졸업을 취소할 태세입니다. 출석일수가 부족해 졸업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슨 대회에 나간다는 이유로 학교에 안 나왔는데, 조사해 보니 근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특혜가 주어진 것입니다. 이를 방조하거나 묵인한 학교나 교육당국의 책임 문제가 새롭게 떠오릅니다. 힘 있을 때는 설설 기더니 이제 와서 마구 파헤친다는 오해를 피하려면 사후에라도 엄정한 법적 처리가 불가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