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한꺼번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 사퇴 압박에 버티기 일관
당 안팎서 ‘유령대표’ 대접받아
추 대표는 영수회담 번복 위상 타격
대선주자들도 자기 장사 열올려
사실상 최순실 사태 이후 여야가 머리를 맞댈 여의도 협상 채널은 중단된 상태다. 야당이 이 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3당 대표 회담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협상 통로가 원내수석부대표들이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전날 3당 원내수석부대표(김도읍·박완주·김관영)가 합의한 ‘최순실 특검법’이 고작이다.
10여 명에 이르는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장사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은 촛불집회에 얹혀 가고 있고, 여권은 당권 경쟁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포용과 도전’ 세미나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리더는 많은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각 정파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중구난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통화에서 “이 위기에서 나라를 생각하면서 정치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하류 국가가 되는 일이 어디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수석은 “아무도 난국을 수습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비판했다.
이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울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시민들이 광장에서 분출하는 분노와 요구만으로는 작금의 문제가 해결되거나 풀릴 수 없다”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부를 운영할 위치에 있는 정당과 정치인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오 전 의장도 “국회나 정당은 국민의 요구를 수렴해 방향을 제시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 다음으로 국회나 정당이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권은 단결해도 시원찮은 상황에 엇박자를 내놓고 있어 국민이 ‘국회에 맡겨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초국가적·초의회적인 차원에서 협의체를 빨리 꾸려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유미·유성운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