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격’이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서점에 『트럼프, 포기란 없다』『챔피언처럼 생각하기』 등 도널드 트럼프 관련 서적들이 진열돼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가 직접 쓴 책이나 트럼프 관련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모스크바 AP=뉴시스]
이미 트럼프가 들어올린 보호무역 깃발이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폐기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수술실로 향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큰 신흥국들 경기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호무역의 폐해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달러화 가치 예상 깨고 강세 행진
미 금리 12월 인상 기정사실화
원화 5거래일 만에 3% 떨어지고
한국 증시서 외국인 돈 1조 이탈
아시아 증시에선 트럼프 당선 이후 33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일본 제외)는 지난 7월 이후 최저치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 1조6288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의 관심은 그 이후다. 재닛 옐런의 Fed는 저금리를 뉴노멀로 정의하고, 한창 ‘고압경제(high-pressure economy)’의 가속페달을 밟는 중이었다. 저금리를 가급적 오래 유지해서 경기를 더 부양시킬 방침이었다.
그러나 옐런의 야심은 트럼프 당선으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Fed의 지배구조가 확 바뀐다. Fed 이사회는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지금은 2명이 공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이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 인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지원을 받는 트럼프는 2명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다. 옐런의 리더십은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다. 게다가 옐런이 내후년 2월 임기가 끝나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그녀는 공화당원이 아니다”며 “임기가 끝나면 교체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해 6월엔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임기도 만료된다. 결국 비둘기파가 주도했던 Fed는 1년 뒤엔 매파에게 완전히 넘어간다.
트럼프의 금리 정책은 다소 불확실하다. 부동산재벌인 그는 자신을 '저금리주의자(low-interest-rate person)'라고 표현했다. 19조 달러의 국가부채 관리에도 저금리가 이점이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 Fed가 버블을 조장해왔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크고, 추악한 버블 속에 있다”고도 했다. 더욱이 공화당 인사들은 하루속히 금리를 장기 정상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매파 성향이 뚜렷하다. 초저금리 기조는 옐런의 퇴장과 함께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다고 봐야 한다. 그에 앞서 당장 내년부터 금리 인상 속도가 지금까지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 출범후 미국과 중국의 통상 충돌까지 본격화하면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 신세가 될 수 있다.
트럼프노믹스는 한국의 경제운용 계획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박진석 기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