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백악관에서 대선 이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뉴시스]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화 내용을 직접 소개한 것은 자신의 유럽 순방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밝힌 나토 등 동맹 무용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 “나토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지원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이 낮은 수준”이라며 “안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 철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번영을 촉진하는 데 미국은 없어서는 안 되는 나라”라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순방 앞서 우려 씻어주기
계속되는 대선 불복 움직임엔
“그는 차기 대통령 될 것” 못 박아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인을 가장 격하게 공격했던 정적이나 다름없었지만 기자회견에선 트럼프 정부의 성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에 대한 불복 움직임에는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선거와 통치는 다르다고 조언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도 ‘나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나라의 절반을 소외시키겠다’며 취임하지는 않는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뽑은 이들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고 알렸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이념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상 그는 실용주의적(pragmatic)”이라며 “당선인이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고 좋은 방향 감각을 유지하는 한 이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기질을 놓곤 “이를 인정하거나 고치지 않으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부분”이라며 “후보일 땐 정확하지 않거나 논쟁거리를 말해도 여파가 덜하지만 미국 대통령일 땐 더하다”며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지켜보며 시장이 움직인다”고 예를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소수인종과 여성, 선거에 대해 우려했던 이들에게 통합의 신호를 보내려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을 놓고 초강경파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이 선두 후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볼턴이 국무장관에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CNN은 주류 보수가 미는 볼턴과 트럼프 충성파인 줄리아니를 놓고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줄리아니는 법무장관이 유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