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수능 전날엔 아쉬워도 책 덮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2016.11.16 00:01

수정 2016.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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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1 최고의 전략은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오늘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날이다. 수시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늘면서 과거에 비해 수능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상위권 대학이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는 등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오늘 할 일은 바로 긴장감 조절이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능을 치를 수 있는 ‘D-1 전략’을 알아봤다.

“일부 복습하다 전체 기억 흐려질 수도”
잘 쉬며 마인드 컨트롤하는 게 필승전략
목차 보며 전체 내용 떠올리기 학습 추천


잠 설치면 컨디션 망쳐
수능 전날 “공부에 전념하라”고 조언하는 교사나 선배는 찾기 힘들다. 권영부 동북고 교사는 “사실 시험 전날 공부한 게 시험에 나올 확률은 복권이 1등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책을 붙잡고 있을 뿐이지, 하루 전 공부한 내용으로 1점이라도 올릴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얘기다.

시험 전날 책을 들여다보는 게 오히려 해롭다는 얘기도 있었다. 송진호 메타학습연구소 대표(한의사)는 “뇌 기능상 특정 기억을 강화하면 나머지 기억은 희석된다는 이론도 있다. 시험 전날 일부 내용을 복습하는 게 나머지 전체 기억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너무 불안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겠다면, 특정 내용을 암기하는 대신 목차를 읽으며 전체 내용을 떠올리는 학습법이 낫다”고 권했다. 수학·사회·과학 등 출제 범위가 비교적 분명한 과목이라면 교과서를 꺼내 목차만 펼쳐 놓고 관련 내용을 떠올리는 식으로 정리하라는 조언이다. 국어·영어처럼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과목은 이런 방법으로 복습하는 것도 어렵다.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던 선배들도 “푹 쉬어라”고 권했다. 이일규(20·서울대 사회과학계열1)씨는 “수능 전날 새로운 걸 익히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그동안 반복해 틀렸던 개념 한두가지 살펴본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까지 공부하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이 들더라도 내려놔야 한다”며 “새로운 걸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매달리다보면 잠을 설쳐 컨디션을 망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식사는 평소처럼, 긴장은 따뜻한 차로 풀어
D-1 최고의 전략은 ‘잘 먹고 잘 자기’다. 이날 좋은 식단의 기준은 두 가지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 그리고 숙면을 유도하는 음식이다. 수능 전날은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날이라 소화력이 떨어지고 잠을 설치기 쉽기 때문이다. 잠을 부르는 대표적인 음식이 달걀과 우유다. 수면을 유도하는 세라토닌이 함유돼 있어 적당량을 섭취하면 잠을 푹 자는 데 도움이 된다. 반찬으로 달걀찜을 만들어주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하게 덥힌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다.

외식은 삼가하는 편이 낫다. 평소와 다름 없이 식사하되, 수험생이 예민한 성격이라면 밥 대신 부드러운 죽을 주는 것도 좋다. 지난해 자녀가 수능을 치른 이지연(47·서울 대치동)씨는 “시험 전날 죽을 먹으면 ‘시험을 죽 쑨다’는 속설이 생각나 찝찝한 마음에 평소처럼 밥을 차렸는데 딸 아이가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이씨는 “다시 장을 봐서 야채죽을 끓여줬더니 ‘고맙다’며 잘 먹었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자녀의 체질이나 소화력을 감안해 야채죽·전복죽·쇠고기죽 등 영양가 높은 죽을 준비하하라”고 권했다.

차를 마시는 것도 긴장감을 푸는 효과가 있다. 둥굴레차는 혈액 순환을 돕고 심장 두근거림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다. 대추차는 장과 위를 보호하고 신경을 안정시켜 불면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칡차는 몸에 열을 푸는 기능이 있어, 과도한 긴장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상기된 증상을 해소해준다. 송 대표는 “체질에 관계없이 마실 수 있는 게 둥굴레차”라며 “머그컵 한잔 분량의 뜨거운 물에 둥굴레차 티백을 10개 정도 넣고 진하게 우려내 마시라”고 권했다.

준비물 챙기며 ‘다 잘 될거야’ 자기 암시
시험장에 들고 갈 가방은 반드시 미리 정리해두자.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과 수험표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넣어두고, 필통에는 컴퓨터용 사인펜과 연필, 지우개, 샤프심 등이 빠짐없이 들어있는지 확인한다. 시침과 분침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손목 시계도 미리 챙겨야 한다.

소지품은 수험생 혼자 챙기는 것보다 부모와 함께 차근차근 점검하는 게 낫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도 좋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수능 전날엔 아이도 예민하고, 부모도 긴장 상태라 서로 말 붙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준비물 챙기면서 ‘긴장되면 잠깐씩 복도라도 걸으면서 심호흡하면 괜찮을 거다’ ‘도시락 맛있게 싸줄게. 씩씩하게 다녀와’처럼 가볍게 정담을 나눠보라”고 제안했다.

긍정적인 암시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송 대표는 “지어낸 꿈 얘기라도 좋으니 ‘다 잘 될거다’라는 기분 좋은 암시를 주라”고 얘기했다. 그는 “대다수 수험생에겐 수능 전날이 인생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다. ‘수시도 안됐는데, 수능이라도 잘 봐라’는 식의 타박, ‘준비물도 제대로 못챙기는 데 시험은 잘 보겠냐’는 핀잔 섞인 말은 절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11월 모의고사’로 여기고 푹 자야
다음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숙면이다. 수능 당일 수험생의 입실 완료 시간은 오전 8시10분이다. 시험장까지 거리가 멀거나 여유있게 도착하길 원하는 학생은 오전 7시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준비물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게 좋다. 아침식사도 여유있게 마치고 미리 화장실도 들러야 한다. 때문에 늦어도 6시 전에 기상하는 게 낫다.

청소년에게 충분한 수면 시간은 7~9시간 사이다. 수능 전날은 오후 10시 전후에 잠자리에 드는 편이 좋다. 대개 수험생은 수능 전날 쉽게 잠이 들지 않아 애먹곤 한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송두현(20·서울대 의대 1)씨는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새벽 1~2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들었다”며 “스스로에게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면서 안심하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유도제나 청심환 등을 먹는 건 좋지 않다. 송 대표는 “우황청심환은 반 병만 마셔도 다음날까지 의식이 몽롱할 때도 있다.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약을 수능 전날 쓰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약 대신 팔벌려뛰기, 맨손 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을 권했다.

송 대표는 “팔벌려뛰기를 30개씩 세 차례 정도 반복하고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면 혈액순환이 잘 돼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일규씨는 “숙면을 부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내일은 수능이 아니라 ‘11월 모의고사’라 생각하고 잠을 청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