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생가와 생가 옆 높이 5m 남짓 되는 박 전 대통령 동상 주변에 천막을 치고 99주년을 축하했다. 하지만 이날 99주년은 예년과 달리 뒤숭숭했다.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으로 100만명이 광화문에 몰려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인 직후여서다. 특히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이자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헌정 사상 처음 조사하는 시점을 하루이틀 앞두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미시가 1000억원 가량이 들어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세금 낭비"라며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구미시는 광주광역시가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 사업을 하는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은 '구미 지역의 영웅'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지어지는 새마을테마공원(공원 부지 25만㎡)은 공정률이 40%를 넘었다. 공원은 내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전시관·연수관·새마을테마촌·한마음광장 등이 들어선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은 토지 보상이 한창이다. 구미시는 목표한 부지 7만7000㎡를 모두 확보하면 나무·꽃 등을 심고, 추모관과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원형으로 하나 더 지을 계획이다.
역사자료관은 내년 2월쯤 첫 삽을 뜬다. 연면적 4000㎡에 지상 2층 규모로 지어 박 전 대통령의 사진 등 유품들로 채울 예정이다.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사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3억원을 들여 기념우표와 기념메달 제작(12월 예정)과 휘호 탁본집 제작(내년 8월)을 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박정희 기념 사업 아이디어까지 발굴 중이다. 신현종 구미시 문화관광담당관실 담당은 "지난 9월 국민 아이디어로 받은 연극 제작 등 30여개 사업 아이디어가 더 있는데, 오는 16일 구미시청에서 구미시민추진위 주관으로 채택 여부를 정하는 회의를 따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구미시를 비판하고 있다. 세금 낭비에다 중복 사업까지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현재 구미에는 박 전 대통령 기념물로 생가와 민족중흥관·동상·박정희체육관 등이 있다. 구미참여연대 측은 "기존 박 전 대통령 기념물과 새로 만드는 기념물의 기능이 중복된다. 앞으로 발생할 막대한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지적했다.
구미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곧 박정희(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라며 "100주년 사업 규모를 줄여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만난 백모(69)씨는 "지역 위인이라지만 계속 기념물을 더 만들 만큼 마냥 떠받드는 게 지금 시국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34)씨는 "딸(박근혜)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 전 대통령 추모사업과 박근혜 대통령 사태를 동일시해서 안 된다. 합당한 절차를 거쳐 만든 예산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축소하거나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구미=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