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혁신의 현장] 다이슨이 가족 경영 택한 까닭 “주주 간섭 없이 맘껏 제품 개발”

중앙일보

입력 2016.11.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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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은 최근 ‘2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창업주 제임스 다이슨(69)의 장남인 제이크 다이슨(43)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혼자 힘으로 서고 싶어서 2004년부터 조명 회사를 운영했지만 1년 반 전 다이슨에 회사를 매각하고 합류했다”고 밝혔다. “다이슨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 더 늦어지면 아예 가업을 이어받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했다. 제이크 자신도 37년 동안 수명이 유지되는 반영구 LED 조명을 만든 발명가이자 엔지니어다. 그는 다이슨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다이슨이 가족 경영을 택한 이유도 ‘기술 중심주의’ 때문이다. 아버지 제임스 다이슨 회장은 본지와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당분간 은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요즘도 엔지니어 책임자로서 시제품 만드는데 골몰한다”면서 “다이슨이 (상장하지 않고) 가족 기업으로 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래야 주주들을 신경쓰지 않고 큰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유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또 기술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홍보 등 사무직 직원을 뽑을 때도 다이슨 청소기 부속을 조립하는 시험을 치르게 할 만큼 기술을 중시한다.

직원들, 위험 감수한 경영철학 공감
‘반으로 자른 61년형 미니’ 환갑 선물

부자(父子)는 경영 철학도 꼭 닮았다. 글로벌 1등 기업의 비결을 묻자 아버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take risks, embrace failure and relentless pursuit of perfection)”이라고 답했다. 아들은 혁신의 비결로 ‘위험 요소를 감수하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계속 노력하는 것(Take risk, don’t be afraid of fail and keep trying)’을 꼽았다.

다이슨에서 ‘실패’는 미덕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는 발생한다. 그 문제를 포기해야 하는 신호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슨에선 디자인할 때 ‘에디슨의 방법’을 씁니다. 실패는 없고, 1만 번의 ‘안되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지요. 실패하고 고치고 그리고 또 실패하는 거죠.”

기술과 실패를 사랑하는 창업주를 위해 직원들은 기상천외한 생일 선물을 하곤 한다. 환갑 때는 그가 ‘기술과 디자인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꼽는 오스틴미니 1961년형 자동차를 반으로 잘라서 선물했다. 다이슨 본사 앞에 지금도 전시돼 있는 ‘반쪽 미니’다. 올해 생일에는 40년대 모델인 벨47 헬리콥터의 실물을 그의 주차 구역에 세워 놓고서는 출근하는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우린 항상 맞는 길로만 가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걸 찾으려면 틀린 길로 갈 필요가 있죠. 매우 멍청해 보이고 심지어 위험스러운 일들을 해버리고 실패하세요. 그 실패를 통해서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들 수 있어요. 정말 굉장히 신나는 일입니다.”

구희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