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산발 정·관계 로비 사건, 철저히 수사하라

중앙일보

입력 2016.11.11 18:56

수정 2016.11.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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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부산발 정·관계 로비 게이트가 불쑥 터져 나왔다.

해운대 초대형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엘시티 건물 인허가 및 시공사 선정 과정에 전직 청와대 수석, 여권 실세, 부산지역 전·현직 지자체 고위인사, 검찰 및 정보기관 간부의 연루설이 불거진 것이다. 엘시티 사업 시행사인 청안건설의 이영복 대표는 횡령한 회삿돈 500여억원으로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검거된 이 대표에 대해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엘시티는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101층 높이의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의 주거타워 2개 동을 짓는 2조7000억원 규모의 개발사업이다.

이 대표는 과거 부산의 다대·만덕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지역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수사에서 함구로 일관해 부산지역에선 “이 대표 돈은 먹어도 된다”는 말까지 돌았다.


특히 그는 최순실씨와 함께 매달 1000만원대의 곗돈을 내고 유력인사 20여 명과 어울려 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최씨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엘시티는 당초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 등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어려움을 겪어 오던 중 지난해 포스코 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포스코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시공사 선정 과정에 보이지 않은 권력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

천혜의 자연적 입지를 자랑하며 부산 시민은 물론 국민들의 관광지로 유명한 해운대가 민간 개발업자들의 부동산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전락한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공적인 자산의 훼손이 뻔히 보이는데도 아무렇게나 인허가를 하고 국민이 준 정치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수사를 빌미로 업자들에게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진 검찰 및 정보기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