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일부 강성 의원들은 야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친박(親朴)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나오는 이른바 ‘탄핵 유도설’이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탄핵 유도는 정치공학적 셈법
집회 현장의 민심이 시대정신
하지만 이는 정치공학적 상상에서 비롯된 셈법에 불과하다. 헌재 관계자는 “단순히 정치적 성향으로 향후 판결을 재단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를 통해 위법한 행위가 드러나고 국민들의 탄핵 여론이 거세지면 ‘시대정신’이라는 대의명분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최순실에 대한 구속 기소가 예정된 19일을 전후해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지난해 7월 있었던 7대 그룹 총수와의 비공개 독대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금품 기부를 요구했다면 뇌물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이미 판례가 만들어졌다. ‘통치 차원’으로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안기부 대선자금 불법 지원 사건 때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 해석한 바 있다.
많은 사람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수사 의지를 의심한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을 기점으로 검찰 기류가 크게 바뀌었다.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특검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나 청와대 방문조사는 이미 버린 카드라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며 이는 탄핵의 사유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탄핵 여부 결정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국민 여론도 12일 집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내외 대학의 교수와 학생, 변호사 등의 시국선언이 릴레이 식으로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2선 후퇴’ 요구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는 외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 언론은 최순실 사건을 ‘기묘한(bizarre) 대통령 스캔들’이라고 묘사하며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진실을 숨기려는 권력자의 모습은 추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결단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법리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박 대통령을 위한 공간은 커 보이지 않는다.
박재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