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 새 유럽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사용률은 아직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낮다. 이젠 유럽에 갈 때마다 답답해질 정도로 한국의 IT 사회에 적응돼 적극적인 사용자가 돼 버렸다. 지난주 중국에 갈 일이 생겨 인천공항에서 자동 체크인 시스템을 이용해 봤다. 겨우 2분 만에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권을 받을 수 있었다. 출입국 검사장도 여권을 긁고 지문을 찍고는 바로 통과했다. 미리 자동 출입국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캡슐 커피숍에 가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커피 캡슐로 혼자서 손쉽게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뽑아 즐겼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스마트폰으로 미리 예약한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매장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은 큰 아쉬움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은 기계나 IT로 진행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지만 사회문제는 알고리즘이나 데이터를 통해 해결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은 물리적으론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두 사람이 아닐까.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