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오스트리아(세계 17위)에 사상 첫 승리(6-4)를 거뒀고, 결승에서 역대전적 1승1무11패로 절대열세였던 헝가리까지 제압했다. 6개국 친선대회인 유로 챌린지에서 한국은 첫 우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6개국 출전 유로챌린지 첫 우승
선수 전원 공격·수비 유기적 협력
역대전적 1승1무11패 헝가리 꺾어
2년 뒤 올림픽 상위권 입상 꿈 키워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2018년 평창 올림픽 본선진출권을 확보해 캐나다(1위)·체코(6위)·스위스(7위)와 조별리그 A조에 편성됐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유명 블로거 ‘퍽 대디’는 “최근 겨울 올림픽을 2연패한 캐나다는 NHL 선수들이 불참하더라도 한국에 162-1로 승리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년 하위권이었던 한국을 백 감독이 환골탈태시켰다. ‘백지선 호(號)’는 지난 4월27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상위 두번째 단계)에서 34년 만에 일본(20위)을 처음으로 꺾었다. 또 역대 최고 성적인 5위(2승1연장패2패)에 올랐다. 2010년 세계 랭킹 33위였던 한국은 10계단 올라 2016년 23위를 기록 중이다.
대표팀 공격수 신상훈(23·안양 한라)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미국 명문 하버드대 교수님에게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다. 감독님이 작전지시가 빙판에서 마법처럼 그대로 펼쳐진다”며 “예전엔 백인 선수들을 상대하면 기가 죽었는데 이제 감독님과 함께라면 어느팀과 맞붙어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축구의 토털사커(전원 공격 전원수비)와 비슷한 ‘벌떼 하키’를 펼친다. 백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8장짜리 파워포인트 자료를 나눠줬다. 모든 존(디펜스 존-뉴트럴 존-어택킹 존)에서 필드 플레이어 5명 전원이 플레이에 가담하는 5-5-5 전략(Need to play 5-5-5)이 담겨있다.
백 감독 전략의 핵심은 ▶퍽을 지켜라(puck support, puck pressure) ▶골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playoff goals)는 것이다. 공격시 퍽을 소유하고, 수비시 퍽을 강력하게 압박하라는 의미다. 또 상대 문전에선 골사냥을 위해 육탄전도 불사하라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는 마이크 테스트위드(29) 등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으로 변신한 외국인 출신 선수 6명이 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민호(3골·안양 한라) 등 토종 선수들이 총 11골 중 6골을 책임졌다. 백 감독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표의 ‘자긍심’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땀냄새가 나고 지저분했던 대표팀 라커룸은 요즘엔 유니폼이 각이 잡혀 정리되어있다. 선수들은 이동을 할 때 정장을 착용한다.
과거엔 대표선수 선발 때 마다 출신학교 안배 문제가 불거졌지만 백 감독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선수를 뽑았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요?” 선수들이 물으면 백 감독은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Be positive(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