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최순실 정국의 최고 수혜자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당 지지율이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반면 그 개인의 지지율은 3%포인트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당’인 건 세상이 다 안다. 그런데도 문재인의 지지율 상승폭이 당의 그것에 크게 뒤지는 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그를 대통령감으로 보지 않는 이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사실 문재인은 박 대통령과 은근히 공통점이 많다. 문고리 ‘3인방’(박근혜)과 ‘3철’(문재인)에 의존하고, 세상 떠난 어른(박정희·노무현)의 후광으로 정치하며, 뱉은 말을 뒤늦게 뒤집는 행태가 서로 빼다 박았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나라보다 자신의 이해관계부터 의식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거국중립내각을 가장 먼저 꺼냈다가 여당이 받자 철회해버리는 모습에서 사심 없이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이란 인상을 받은 국민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연일 헛발질을 하는 와중인데도 문재인은 거국내각도, 탄핵도, 하야도, 그 어떤 카드도 꺼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20%대에 고착된 지지율로는 당선이 불확실하다는 계산에서 상황 관리→지지율 상승→대세론 굳히기→대선 승리란 사심에만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문재인, 확장성에 한계 드러내
사심 버리고 구국 앞장서야 반등 가능
문재인의 대선 도전은 상수다. 새누리당에서도 친박의 몰락과 개혁파의 부상만큼은 예견 가능한 시나리오다. 국민의당이 친박·친문 이외 세력을 규합해 판을 바꾸려 할 것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구도를 놓고 주판알을 튀기기 앞서 정치권은 민심부터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만큼 흔들리는 국정에 불안감이 큰 게 국민들 마음이다. 다음 정권은 근본주의 정치인 대신 중도적인 리더십으로 나라를 안정시킬 인물에게 맡기자는 공감대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안철수가 박 대통령의 일방적 총리 지명을 명분으로 ‘하야’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나 손학규가 ‘총리 조건부 수락’ 카드로 새누리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시사한 건 모두 이런 흐름을 타고 나온 것이다.
지금 잠룡들이 할 일은 분명하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유승민이든, 손학규든 바로 당장 ‘구국을 위한 대선주자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모든 잠룡들을 불러모아라. 대권 경쟁은 잠시 접어두고, 국정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책임총리·거국내각 구성에 온 머리를 맞대라. 여기서 누가 가장 열심히 나라를 위해 뛰었는지가 국민이 대통령감을 판단할 가늠자가 될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