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병우 수사, 횡령 고발사건에 머물 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6.11.06 20:34

수정 2016.11.0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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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어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 75일 만으로 만시지탄이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횡령 의혹, 의경인 아들의 꽃보직 논란 등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 퇴임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야 그의 아내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에게도 여러 차례 소환을 통보했지만 우 전 수석이 답을 주지 않다 이날에야 출석한 것이다. 그러니 ‘봐주기 수사에 황제 소환’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초미의 관심사는 그가 최순실 게이트에 어느 정도 개입돼 있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을 조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검찰에 출두한 우 전 수석은 최씨와의 관련 여부, 횡령 의혹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고개를 돌리고 노려보았다. 불쾌하다는 표정도 감추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의 기세등등한 표정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우병우의 째려보는 눈빛’이란 제목의 글과 동영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자청한 마당이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나 차은택씨의 해외 도피와 귀국 후 수사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야권은 그를 은폐공작 지휘자로 의심한다. 성역 없는 수사가 불가피하다. 설사 그가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 하더라도 대통령 측근 관리 책임만으로도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1순위 수사 대상이다. 인사검증 실패 등의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