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 시내 한정식집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3시간 동안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은 사례가 있다. 박 대통령의 상황은 다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재임 중 계속 이뤄졌고 박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내용에 따라 달라) 신분을 (현재로선)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된 최순실(60·구속)씨와 4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모두 박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이들의 수상한 행적은 박 대통령을 주요 관련자로 지목하고 있다.
검찰, 청와대 관계자 압수수색서
총수 7명과 개별 회동 사실 확인
안종범 “대통령 지시로 모금” 진술
대통령 직권남용·강요죄 적용 근거
22일께 방문·제3장소 직접조사 유력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탄생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7월 24일 삼성 등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도와야 한다”며 “재단 형태를 만들어 민관 합동으로 지원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날 오후와 25일 이틀에 걸쳐 박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를 개별 독대했다. 검찰은 이 내용을 지난달 29일 청와대 관계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대기업 모금은 대통령에게서 시작된 셈이다. 경우에 따라선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4일 담화에서 자신은 재단 운영·모금 비위 의혹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특수통 출신인 (최재경) 민정수석이 방어논리를 담화문에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오이석·송승환·서준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