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2일(현지시간) 11월 기준금리 동결 후 내놓은 성명엔 금리 인상 버튼을 누를 준비를 마쳤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인상 미루던 단골 표현 ‘물가’ 빠져
새 일자리 꾸준히 생겨 고용도 안정
12월 금리 인상 확률 78%로 높아져
월가 분석은 Fed가 ‘트럼프 리스크’를 우려해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가가 빠지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금리 인상을 선호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오히려 선거기간 중 그의 연설과 인터뷰엔 저금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이 묻어난다.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건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당선은 8년간 지속돼온 오바마 경제정책의 종지부를 의미한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의 후계자다. 경제운용과 무역정책의 변화 폭은 트럼프 쪽이 훨씬 크다.
게다가 트럼프가 당선되면 정치권력(트럼프)과 경제권력(옐런)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시장이 질색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옐런이 정치적인 이유로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대통령이 되면 옐런을 임기 만료 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옐런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치를 논의한바 없다. 금리 결정에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대선은 엿새 뒤다. 현 시점에서 Fed의 12월 금리 결정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 Fed가 금리 인상 준비 완료 상태인 것만 알아두면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이 예상하는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78%까지 올랐다. Fed는 다음달 13~14일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를 갖는다.
◆금값 1300달러 회복=FOMC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금값은 뛰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불안감을 느낀 시장의 수요가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린 까닭이다.
뉴욕 상업거래소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국제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308.20달러로 전날 대비 1.6% 올랐다. 금 가격이 130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10월3일(1312.81달러) 이후 한 달 만이다. 금 가격은 3일에도 오후 4시 현재 1300달러를 넘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도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언행을 일삼고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금값은 더 치솟을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Fed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값 하락 요인을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BC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금값이 연말에 1400달러, 내년엔 1440달러까지 뛸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당선시엔 1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이소아 기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