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페닌슐라 주방 등 거친 베테랑 셰프
시칠리아산 보타르가로 만든 파스타 일품
독일·미국과 다른 프레시 소시지 피자도 추천
산티노는 2008년 내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 처음 만났다. 막 문을 연 이탈리아 식당이 있는데 꽤 괜찮다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쉬는 날 식사를 하러 갔다가 만났다. 이후 그와는 최근 요식업 근황이라던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이탈리아 식재료 정보를 나누며 친해졌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라. 단지 좋은 친구라서 그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게 아니다. 15세 때부터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어 온 내가 서울에서 파스타나 피자를 먹고 싶을 때 만족할 수 있는 곳이라서 추천하는 것이다.
산티노는 17살 때부터 주방에서 일했다. 한국으로 건너와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페닌슐라를 거쳐 2006년 소르티노스를 개업했다. 2007년 빌라 소르티노, 2008년 라보카 등 이태원에 이탈리아 식당을 잇따라 오픈하며 지난 10년 간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피자도 꽤 다양하다. 그 중 살시체(Salsicce) 피자를 권한다. 토마토 소스 베이스에 모짜렐라 치즈와 이곳에서 만든 수제 소시지, 시금치·적양파·메추리알 등을 넣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돼지고기에 펜넬·허브 등을 넣어 만드는 이탈리아 소시지는 ‘프레시 소시지’다. 수퍼마켓에서 파는 독일식이나 미국식 소시지는 한 번 익혀서 가공한 것인데 반해 이탈리아 소시지는 고기에 펜넬·허브 등을 넣어 소시지 모양으로 만들거나 한국의 떡갈비처럼 직사각형으로 구워 먹기도 한다. 도우는 바삭하면서도 쫄깃하고, 간까지 딱 맞는다. 식전빵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선 화덕 피자 도우를 연상시키는 빵을 내오는데, 바삭하고 쫄깃하고 짭짤한 맛이 더해져 자꾸 손이 간다.
최근 방문했을 때 산티노가 새 메뉴라며 내놓은 카르파치오 디 세리나(Carpaccio di cernia) 역시 권하고 싶다. 세리나는 한국의 다금바리와 비슷한 생선이다. 내가 투스카니 지방의 고급 리조트 호텔인 일 펠리카노의 총주방장으로 일할 때 인기있었던 메뉴다. 생선을 반쯤 익혀서 레몬즙과 케이퍼, 선드라이 토마토로 새콤함을 더한 요리다. 여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시칠리아산 숭어알도 함께 곁들여서 상큼함과 감칠맛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맛이다.
점심에는 주로 식사 중심이지만 저녁에는 분위기 있는 바(Bar)로 변신해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를 즐기기에도 안성 맞춤이다. 산티노는 음식 외에 와인에도 조예가 깊어 최상급 와인 또한 맛있는 요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나같이 퇴근이 늦어 저녁 식사도 늦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신선한 요리를 늦도록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날씨가 조금 따뜻한 계절에는 테라스 석에 앉아 여유를 즐겨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테라 13
● 전화 : 02-546-6809
● 영업시간 : 매일 낮 12시~3시, 오후 5시30분~밤 12시(연중무휴)
● 주차 : 발렛(2시간 4000원) 메뉴: 보타르가파스타(4만5000원), 파로파스타(3만원), 살시체피자(3만원), 카르파치오 디 세리나(5~6만원)
● 드링크 : 샴페인 6종(19만~56만원), 스파클링 8종(5만5000~33만원), 화이트 20종(6만9000~26만원), 레드 90종(7만~100만원)
이주의 식객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 총괄 셰프. 이탈리아 출신으로 방콕·푸켓·상하이의 특급 호텔을 두루 거쳤다. 한국인 부인 덕에 한식에도 일가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