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위례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위례신도시 최대 개발호재인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에서 사업제안자였던 삼성물산이 발을 빼면서다. 한 때 분양가에 최대 2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좋았지만, 최근 거래가 줄며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물산 “사업성 없다” 철수 발표
사업자 재선정 등 지연 불가피
교통난 전망에 거래 줄고 관망세
상가는 “5000만원 급락” 더 위축
서울시는 서둘러 후속 사업자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에 주관사를 이어받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주관사는 시공뿐 아니라 자금 조달과 운영 등을 맡는 곳을 말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 중인 업체가 주관을 맡는다고 해도 최소 6개월 이상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통난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위례엔 버스 외에 대중교통 시설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로 가려면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버스를 타고 지하철 8호선 복정역까지 가야 한다. 앞으로 위례신도시에 2만 가구 넘게 입주할 예정이어서 교통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8호선 우남역도 2019년에나 개통될 예정이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엔 불안한 주민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새 사업자를 선정하면 일정이 많이 늦어지는지, 시세 변동은 있는지 등을 묻는 전화다. 특히 상가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송파구 A공인 관계자는 “경전철 역이 들어오는 중앙역 앞 상가의 경우 웃돈이 5000만원 떨어진 물건도 있다”며 “매매를 자신 있게 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아파트 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위례박사공인 김찬경 대표는 “오는 3일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 과열 진정 대책 발표와 맞물려 거래가 줄었지만 호가(부르는 값) 자체가 떨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례 부동산 시장의 일시적인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전철 사업이 무산된 게 아니라 일정이 지연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은 주춤하겠지만, 향후 사업 진행 여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생각한다면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위례의 핵심 교통 인프라 사업에 차질이 생긴 데다 부동산 규제까지 나올 예정이어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집값이 거의 고점에 달한 상황에 무리하게 투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다 가격이 조정되면 매수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글·사진=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