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는 2013년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한 르노 ‘캡처’를 수입해 들여온다. 원래 르노 엠블럼을 달도록 디자인한 차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태풍의 눈 엠블럼을 달아 판매해 왔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엠블럼 교체는 옵션(선택사항)이 아니라 고객 반응을 살피기 위한 시범 서비스다”며 “QM3 이외의 다른 차종으로 (엠블럼 교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QM3 고객 원하면 엠블럼 바꿔줘
전시장·AS도 르노스타일로 전환
삼성과 로열티 계약 2020년 종료
GM대우식 엠블럼 전면 교체 주목
르노삼성차 측은 “한국은 삼성차 시절부터 태풍의 눈 엠블럼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다”며 기존 엠블럼을 지켜왔다.
르노삼성차는 이미 지난해 11월 전시장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 전시장이 삼성의 상징색인 푸른색 일색이었다면 새단장한 전시장은 르노그룹의 상징인 노란색 위주로 바꿨다. 특히 르노그룹에서 만든 차만 따로 전시하는 ‘르노 존’을 마련했다. QM3와 캡처를 동시에 전시하는 식이다. 여기엔 르노 엠블럼이 선명히 박혀 있다. 르노삼성차의 주인이 삼성이 아닌 르노라는 걸 각인시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애프터서비스(AS)에도 르노의 색깔을 넣고 있다. 올 초부터 르노가 자랑하는 AS 프로그램인 ‘케어(CARE) 2.0’을 도입했다. 케어 2.0은 수동적으로 고객이 AS를 원할 때만 응대했던 데서 벗어나 자동차 회사가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다. 차량 구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난 고객에게 특정 부품의 점검·교체 시기가 왔음을 먼저 알리고 수리한 뒤에도 어떤 점을 개선했는지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르노삼성차의 ‘르노화’는 예고된 수순이다. 부산 공장에서 한 대도 만들지 않는 QM3를 수입해 파는 것을 두고 “르노삼성차가 르노 그룹의 판매기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 차량인 대형 세단 임팔라를 들여오며 ‘수입차 아닌 수입차’ 전략을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르노삼성차는 과거 삼성 브랜드를 앞세운 ‘국산차’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르노 인수 후 사실상 삼성과 관련이 없는데도 영업이익을 냈을 경우 매출의 0.8%를 삼성에 로열티로 낸 것도 국산 브랜드의 이점을 가져가려는 포석이었다. 르노삼성차가 삼성 브랜드를 쓸 수 있는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삼성 브랜드와 분리에 대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