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정부는 “점진적으로 2018년부터 업황이 개선된다는 게 (조선·해양 분석업체인)클락슨의 전망”(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라며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
정부, 11조 발주 지원이 골자
대부분 업계 자구안 되풀이
업황 개선 기다려 보자는 뜻
“여론 눈치, 시간만 허비” 비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민영화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주인 찾기는 시장 상황이 받쳐줘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이번 방안에는 조선 3사를 컨설팅한 맥킨지가 지난 8월 냈던 ‘빅2 체제로 재편’이라는 초안의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맥킨지는 독자생존 가능성이 가장 작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또는 분할안을 제시해 대우조선해양 측의 반발을 샀다. 업계가 10억원을 들여 의뢰한 맥킨지의 보고서 내용은 총 36쪽에 달하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자료 중 겨우 5줄 인용되는데 그쳤다. 2016~2020년 한국 조선사 주력선박의 평균 발주액을 클락슨은 237억 달러, 맥킨지는 163억 달러로 추정해 차이가 컸지만 정부는 클락슨 쪽 전망을 채택했다.
정만기 차관은 “단 한 번도 대우조선해양을 정리하고‘2강’으로 가자는 (부처간)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 있는 분야를 확보하고 회생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론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대우조선 처리 문제를 차기 정부로 떠넘기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1년 전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 투입을 결정했던 서별관회의의 의사결정이 잘못 됐음이 드러나는 것을 미루고 싶은 것”이라며 “내년 선거 이후로 적당히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만 내놨다”고 말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자꾸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지금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면 결국 조선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도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대주주와 정부에 보고했던 자구계획을 반드시 지켜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하남현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