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만난 사람] “한국 쇼핑몰 포화? 미국에 비하면 5배 잠재력”

중앙일보

입력 2016.10.31 01:00

수정 2016.10.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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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하남 설계·투자한 미 쇼핑몰 전문가 터브먼 회장

스타필드하남

신세계가 지난달 경기도 하남에 연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하남이 화제다. 축구장 70개와 맞먹는 연면적 46만㎡(13만9000평)의 국내 최대 규모에 백화점·대형영화관·워터파크 등을 갖췄다. 이 쇼핑몰을 기획·설계하고 지분 49%를 투자한 미국의 쇼핑몰 전문기업 터브먼센터스의 로버트 터브먼(63) 회장을 스타필드하남의 개장식날 현장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창업주인 고(故) 아돌프 알프레드 터브먼(1924~2015)의 장남이다. 터브먼은 2012년부터 서울 여의도의 IFC몰을 위탁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스타필드하남이 처음이다. 수익이 날 때만 이익금을 가져가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했다.

터브먼센터스를 이끄는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스타필드하남에 대해 “기둥을 없애고 모든 매장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터브먼식 설계’를 적용해 안정감과 편안함을 줬다”고 설명했다. [사진 터브먼아시아]

한국은 시장 규모가 매우 작다. 그 때문에 이미 ‘쇼핑몰 포화 상태’라는 우려도 나온다.
“10년 전부터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모색했고 해외에선 중국과 한국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국 가계 소득이 미국의 절반 정도인데 가구당 쇼핑몰 면적은 미국의 10분의 1이다. 단순하게 보면 5배의 시장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신세계와 계속 ‘스타필드’ 브랜드로 쇼핑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하남은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다.
“그래서 ‘하루종일 즐기세요’라는 콘셉트를 만든 것이다. 점심 시간에 잠깐 쇼핑하고 가는 그런 곳이 아니다. 한 시간 동안 운전하고 온 보람이 있도록 하루종일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
교통 체증이나 주차난도 우려된다. 대형쇼핑몰이 과연 한국에 맞는 모델일까.
“모든 건 상대적이다. 스타필드하남은 약 6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무료다. 미국보다는 못하지만 서울 도심의 경쟁 업체들에 비해 주차도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개장 초기라 혼잡하지만 곧 안정을 찾을 것이다.”

터브먼 회장은 “스타필드하남에 총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가 들어갔는데 수익률이 7.5~8%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 3년이 지나면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990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2년 뒤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다. 터브먼은 ㎡당 매출액이 약 8000달러(920만원), 인당 구매액은 790달러(약 91만원)으로 업계 1위다. 쇼핑몰 혁신도 이끌었다. 세계 최초로 단층이 아닌 2층 쇼핑몰을 만들었고, 기둥이 없는 설계 구조를 내세웠다. 쇼핑몰에 푸드코트와 멀티플렉스 극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넣은 것도,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킨 것도 터브먼이 처음이다.
 
92년 상장 이후 지난해까지 기업 가치가 5배로 뛰었다. 터브먼만의 노하우가 있나.
“좋은 개발업자는 좋은 설계자다(A good developer is a good planner).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 편하게 해 줄까 고민하고, 동선 하나하나까지 고려해서 설계한다. 쇼핑몰 공간 자체에서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자연 채광을 하고 기둥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면 한 눈에 전체 층이 눈에 들어오면서 ‘쇼핑하다가 길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고 안정감이 든다.”
매장 구성보다도 동선을 중시한다는 건가.
“언제나 콘텐트가 왕이다. 식당에는 밥 먹으러 가고, 가게에는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이다. 하지만 동선과 설계를 잘 짜서 이동하기 편하게 만들면 고객들이 더 많이 돌아보게 된다.”
1976년 터브먼에 입사해 40년 간 쇼핑몰을 개발해왔다. 시장의 최신 동향에 대해 분석한다면.
“잘되는 곳은 더 잘되고, 안되는 곳은 더 안되는 양극화 현상이다. 현대인은 돈과 시간이 부족하다.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한 곳만 가려고 한다.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고, 스타필드하남처럼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이 필요한 것이다.”

터브먼 회장은 “매출 하위 순으로 쇼핑몰 7개를 2년 전에 정리했다”며 “지역에서는 제일 장사가 잘되는 곳들이라 아까웠지만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유통업계의 큰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 터브먼이 66년 동안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하남은 서울 도심서 멀리 떨어져
‘종일 즐기는 곳’ 콘셉트 만들어
오프라인몰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
신세계와 함께 쇼핑몰 늘려나갈 것

그는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아는가. 아이폰이 나온 것이 2007년이다. 불과 10년도 안됐다.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터브먼센터스는
- 설립 : 1950년(1992년 미국 부동산업체 최초로 뉴욕 증시 상장)

-사업부문 : 쇼핑몰 기획·개발 및 운영

-본사 : 미국 미시건주 블룸필드힐스


- 사업규모 : 미국·중국·한국에서 비벌리센터·스타필드하남 등 26개 쇼핑몰 운영(미국·중국에서 3개 추가 개발 중)

-기업가치 : 100억 달러(약 11조5000억원)

- 기업 순위 : 세계 부동산 업계 4위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