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눈에 티끌 들어가자 유세 중단, 최순실한테 가”

중앙일보

입력 2016.10.28 02:30

수정 2016.10.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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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가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을 조언하는 코디네이터(코디)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98년 4월 2일 치러진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에 발을 들일 때 최씨가 박 대통령의 지역구 자택에서 함께 머물며 뒷바라지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정치인 데뷔 결심 과정에 최씨가 영향을 줬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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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4월 대구시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보궐선거 당시 달성군 화원읍에 설치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업무를 총괄한 A씨는 27일 기자에게 “그때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3명이 내려왔는데 그중에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박 대통령과 화원읍의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며 옷·헤어스타일 등을 조언하고 식사도 챙겼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선거사무소에는 세 차례 들렀지만 잠깐 있다가 나가 캠프 관계자들과 직접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낯선 여성이 사무실에 들어오길래 직원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정윤회 비서실장 부인’이라고 했다” 고 기억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의 친밀도를 짐작하게 하는 당시 일화도 있다. 박 대통령은 그해 3월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 기조실장 출신의 엄삼탁씨가 여당(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결정되면서 쉽지 않은 선거를 치러야 했다. 여권이 당시 여당 부총재였던 엄씨를 적극 지원하면서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달성군 가창면에서 유세하던 박 대통령의 눈에 티끌이 들어갔다. 박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이던 정윤회씨가 선거운동원들에게 급히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지만 시골이라 안과가 없었다.

98년 달성 보궐 선거 담당자 밝혀
“최씨, 정치 데뷔 때부터 코디 역할
남편 정윤회와 함께 내려와 지원”
‘문고리 3인방’ 2000년 총선 때 합세

이때 박 대통령이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하더니 곧장 화원읍의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당시 선거 캠프에서는 “막판에 유세할 시간도 부족한데 차량으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자택까지 돌아가는 이유가 뭐냐”며 수군거렸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서 수행 업무를 맡았던 B씨는 “(유세 현장에서) 박 대통령의 눈을 벌려 티끌을 빼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순실씨에게 부탁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몸에 직접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최씨였을 정도로 가까웠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달성군의 한 지역 정치인은 “최씨와 박 대통령의 인연이 70년대 이후 약 40년간 이어져 왔고 98년 첫 선거에 동행해 뒷바라지를 한 점으로 미뤄 볼 때 박 대통령의 현실 정치 데뷔를 조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74년 8월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피격된 이후 알게 된 최태민(최순실의 아버지)씨가 당시 대학생이던 딸 순실씨를 박 대통령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79년 10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전두환이 주도한 신군부에 의해 청와대에서 쫓겨나 18년간 야인으로 지낼 때도 최순실씨가 줄곧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사과 때 최씨와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에게 “내가 지금까지 언니(박 대통령)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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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6대 총선 때도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 옆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선거사무소 간부였던 C씨는 “당시에도 ‘서울 아줌마’가 (박 대통령의) 머리를 해주고 밥도 해준다는 말이 있었다. 선거사무소 부근에서 딱 한 번 최씨를 봤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김윤호 기자 hongg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