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한 달…한우값 100만원 폭락, 축산농 타격

중앙일보

입력 2016.10.28 02:11

수정 2016.10.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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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은 27일 사회 전반엔 희비가 교차했다. 매출이 줄어 울상인 자영업자도 있었지만 접대성 회식이 사라져 ‘저녁 있는 삶’을 반기는 직장인도 많았다. 과도한 법 적용에 따른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늘고 있다.

대학가에선 취업준비생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교수들이 우수 학생을 기업체에 추천하던 관행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것이란 오해가 퍼졌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뒤늦게 “공공기관·언론사·학교에 추천하는 것만 문제”라고 밝혔지만 상당수 교수는 민간기업 추천까지 조심하는 분위기다. 충남의 한 사립대 부총장은 “청탁을 막으려면 투명하게 채용 과정을 운영해야지 취업 지원 전체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금지법 초기 현장 점검
문 닫는 식당 수는 시행 전과 비슷
교수들 민간기업 취업 추천도 조심
‘2차’ 줄어 저녁 있는 삶 긍정 효과

골프장과 주변 음식점은 된서리를 맞았다. 경기도 용인의 A골프장 인근 한우전문점 주인은 “매출이 30% 감소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축산농가로도 이어졌다. 이종범 한우협회 청주지부장은 “우시장에서 한우 거래가격이 1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계속 하락 중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7일 전북 전주의 한 일식집에 ‘그동안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이 식당 주차장의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뉴시스]

관공서 주변 식당가도 한산한 모습이다. 시청과 구청, 법원 등이 몰려 있는 대전시 둔산동 일대는 손님이 10~20% 줄었다. 식당 주인 박정환(45)씨는 “관공서가 구내식당 휴무일을 확대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양식업계도 타격이 심하다. 김철범 완도전복㈜ 총무부장은 “한 달간 판매량이 2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식당 폐업이 늘고 있진 않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관공서가 밀집한 종로구와 중구에서 이달 폐업한 외식집은 각 12곳, 23곳씩이다. 법 시행 전인 8~9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이나 접대가 많던 기업 홍보팀은 편해졌다. 서울 송파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공사 인허가와 관련한 민원이 들끓었는데 요즘엔 조용하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의 홍보팀 직원은 “매주 2~3차례 있던 저녁 자리가 줄고 점심 약속이 늘었다.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 10일과 시행 후 14일 일 평균 법인카드 사용액을 분석해 보니 유흥주점 사용액이 5.7% 줄었다.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2차’ 문화가 줄고 접대문화도 간소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 법인카드로 ‘마지막 만찬’을 즐긴 경우도 많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7~9월 일반 음식점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4조120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서울의 란파라치 학원장 문모씨는 “수강생 숫자가 지난달에 비해 10%가량 늘었지만 포상금으로 ‘대박’ 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 달간 접수된 서면신고는 12건이다. 신고 대상자는 자치단체 공무원 4명, 경찰 일반공무원 1명, 일반인 7명이다. 289건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상담성 문의였다.

윤석만·김경진·조진형 기자 전국종합=전익진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