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로 연속 히트 박보검
그가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내가 해보련다, 그 못된 사랑” 등 예스럽고 단호한 말투로 남장여자인 궁궐내시 홍삼놈(김유정 분)을 향한 연심을 드러낼 때면 시청자 마음도 함께 설렜다. 첫회 8.3%로 시작한 시청률은 종영 무렵에는 23.3%까지 올랐다. 박보검을 26일 만났다. ‘구르미…’ 제작진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휴가를 다녀온 다음날이다.
풋사랑 설레는 카리스마 왕세자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 선택
드라마 OST 참여하게 돼 영광
음원사이트 1위 올라 신기했죠
김유정은 숲을 볼 줄 아는 배우
연기할 땐 눈만 봐도 감정교류
상대역인 배우 김유정에 대해서는 “나무만 아니라 숲을 볼 줄 아는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극 경험도 많고, 제 연기를 많이 모니터해주고, 진짜 고마웠어요. 유정이랑 연기하면서 눈만 봐도 감정교류가 많이 됐어요.”
이영은 ‘조선의 패셔니스타’라는 별명도 얻었다. 워낙 다채로운 한복 패션을 선보인 덕이다. 박보검은 인터뷰 내내 수시로 한복 사랑을 드러냈다. “드라마가 아니라면 이렇게 예쁜 한복을 언제 입어보겠냐”며 “혹시 한복 홍보대사는 없냐”고도 했다.
이영을 통해 그가 보여준 매력도 다채롭다. 풋사랑에 설레는 19세 왕세자만 아니라 왕권을 뒤흔드는 권모술수에 맞서 카리스마를 발하는 왕세자이기도 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택한 이유를 이렇게 들려줬다. “팔색조의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기존 왕세자와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원작소설을 저도 인터넷에서 본 적 있었어요. 조금밖에 읽지는 못했지만 설레는 포인트가 많았고. 사극을 하고 싶었던 데다 그래서 꼭 하고 싶다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여름과 가을, 뭔가 청량함과 싱그러움을 담을 수 있는 계절에 딱 맞는 작품이어서.”
나이 어린 왕세자의 신분을 넘나드는 사랑 얘기라는 점에서 ‘구르미’는 김수현 주연의 ‘해를 품은 달’과 비슷하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 작품을 참고하기는 했어요. 근데 감독님, 작가님이 다른 작품과 비교하지 말고 이영에 집중하도록 하셨어요. 원작에는 끝까지 냉철하고 도도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인데 19세만의 싱그러움이나 천방지축 같은 모습까지 담아내자고.”
주변에서 전하는 그의 사람됨에는 ‘착하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이미지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그는 “이십사년 동안 평범하게 살아서 그런 부담은 없다”며 뭐가 착하고 나쁜 지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들려줬다. “항상 아빠가 열 빼기 하나는 영이라고, 열 번 잘하다 한 번 잘 못하면 말짱 꽝이라고 말씀해주세요. 근데 착하게 행동해야지, 나는 착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지, 한다면 그 자체가 이미지 프레임에 갇혀서 행동하는 나쁜 거잖아요.”
좀체 허물을 찾기 힘든 이 청년에게 요즘 전에 없던 고민이 커지는 중이다. “경복궁 사인회 때도 많은 분들이 오셨잖아요. 제가 인사를 하면 더 열렬히 좋아해주시는데 그럴 때 사고가 나기 쉬워요.” 차기작에 대해서는 이런 기대를 전했다. “사극으로 청춘물을 찍었으니 교복을 다시 입어보고 싶어요. 이번에 OST를 한 것처럼 음악에 빠져들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고.”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