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양현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은행담당)가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에 선임되자 증권금융 노조가 내놓은 성명이다.
금감원 임원 석연찮은 이동
“인사 적체 해소 차원” 궁색한 변명
전문가 “인사 시스템 개혁 필요”
증권금융은 원래 은행(35.5%)·증권회사(34.8%)가 지분을 나눠 소유한 민간회사다. 그런데도 ‘낙하산 천국’이 된 건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공직유관단체로 지정을 받았기 때문이다.“정부 위탁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위의 논리였다. 공직유관단체는 공직자가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할 수 있다. 금융위 출신 사장과 청와대 출신 감사, 금감원 출신 부사장이 별다른 절차 없이 취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실 증권금융 임원에 ‘금피아(금융당국+마피아)’가 낙하산으로 내려간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지원 사장 이전의 김영과·박재식 사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출신이고, 조인근 감사 이전의 김희락·김회구 전 감사위원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했다.
이는 증권금융만의 난맥상이 아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해 증권금융과 함께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된 이후 경영진이 금피아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올 7월엔 이은태 부원장보(금융투자 담당)가 부이사장, 이달 들어선 금융권의 친박 실세로 불리던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사장에 취임했다. 두 번 모두 거래소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낙하산 인사는 금융회사에도 피해를 준다. 이번에 증권금융 부사장에 임명된 양현근 부원장보는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관리 등 은행업무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임원이다. 당장 시중은행에서는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잔금·이주비 대출) 증가속도 관리,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 같은 현안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청와대나 금융당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금융권 재취업을 무조건 막아선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증권금융이 낙하산 인사 투하처가 되면서 방만경영을 한다는 시장의 불만이 크다”(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금융당국 직원의 내부 업무에 대한 임기 보장과 외부 진출 원칙을 담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언도 새기길 바란다.
이태경 경제부 기자 uni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