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형시인 시조는?
청도국제시조대회 연 민병도 이사장
중국 한시, 일본 하이쿠와 교류
시조 외국어 번역사업 나서기로
이 대회는 한국시조시인협회 민병도(63) 이사장이 주도했다.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동양화가로도 활동하는 민 이사장은 청도 출신 오누이 시인으로 유명한 이호우·이영도를 기리는 시조문학상을 1991년 설립해 지금까지 사실상 이끌어왔다.
올해 경북도와 청송군으로부터 2억원씩을 지원받아 판을 키웠다. 민 이사장은 이를 위해 별도 법인인 국제시조협회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대회에 힘을 보탠 면면을 보면 시조단 전체가 거드는 모양새다. 시조시인 김제현·이우걸·한분순·권갑하·이정환·정수자, 문인협회 문효치 이사장, 문학평론가 장경렬·유성호씨 등이 자문·조직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민 이사장은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대회 준비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니혼대의 한 교수로부터 난감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말도 웬만큼 구사하는 그가 한국 시조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읽을 만한 일본어 번역 시조집이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번역에 힘써달라고 신신당부하더라는 것.
민 이사장은 “중국과 일본의 정형시 전문가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한국 시조에 관심 있어 한다. 특히 감각적이고 그래서 가벼운 느낌의 하이쿠에 비해 시조가 더 무게감이 있고 철학적이라고 일본 하이쿠 전문가들도 얘기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정체 상태지만 국제적으로 얼마든지 주목받을 수 있는 매력을 시조가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시조의 활발한 외국어 번역은 해외 진출의 첫 단계다.
민 이사장은 유치환과의 순애보로 유명했던 이영도(1916∼76)의 제자다. “눈이 부시네 저기”로 시작하는 이영도의 ‘진달래’는 운동가요로도 만들어졌다. 행사 기간 중 이호우·이영도 문학상 시상식, 이영도의 시조를 서예가·화가가 그림·글씨로 표현한 시화전, 이호우·이영도 자료전이 함께 열린다. 민 이사장은 “사정이 허락하는 한 대회를 매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