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6 - 0 시카고 컵스
일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와후 추장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마리를 풀었다. 클리블랜드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6-0으로 꺾었다. 1948년 이후 68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클리블랜드가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컵스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클루버, 6이닝 9K 무실점 호투
월드시리즈 첫 선발 등판 승리
공격선 페레스 홈런 2방 원맨쇼
클루버는 ‘똑바로 날아가는 공’이 없는 투수다. 일반적으로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을 거의 구사하지 않고 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커터)과 같은 변형 직구를 주로 던진다. 클리블랜드 중견수 라자이 데이비스는 “마치 위플 볼(구멍이 뚫려서 크게 휘는 고무·플라스틱 재질의 공)같다”고 말했다.
클루버는 5년 전까지 포심과 슬라이더, 낙폭이 큰 커브를 주무기로 활용했다. 2010년 7월, 아버지의 고향인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그는 2012년 미키 캘러웨이 투수코치를 만난 뒤 기량이 부쩍 늘었다. 캘러웨이는 2005년부터 3년간 현대 유니콘스에서 32승을 거뒀던 지한파다. 캘러웨이는 클루버에게 싱커의 활용도를 높일 것을 권유했다.
빅리그 두 번째 시즌인 2012년 2승에 그쳤던 클루버는 이듬해 싱커를 가다듬은 뒤 11승을 올렸다. 2014년에는 18승9패·평균자책점 2.44, 탈삼진 269개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7년 동안 최대 7700만 달러(약 87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장기 계약도 맺었다. 캘러웨이 코치는 “클루버는 원하는 곳 어디든 던질 수 있어 믿음직한 투수”라고 했다.
올해 처음 가을야구를 하는 클루버는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74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클루봇(클루버+로봇)’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클루버는 “제구가 잘 됐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컵스의 에이스 존 레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레스터는 전날까지 포스트시즌(PS)에서 8승6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던 ‘빅 게임 피처’다. 세 차례 WS 등판에서는 2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3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날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클루버가 스트라이크존을 영리하게 잘 활용했다. 레스터는 볼 판정에 예민해지면서 흔들렸다”고 평했다.
클리블랜드 포수·9번타자 로베르토 페레스는 4회 말 솔로 홈런에 이어 8회 쐐기 석점포를 터트리는 등 4타수 2안타·4타점으로 활약했다. 2차전은 27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클리블랜드는 트레버 바우어, 컵스는 제이크 아리에타를 선발로 예고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