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록물 유출, 대통령도 수사 대상 되나

중앙일보

입력 2016.10.2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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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0)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 열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청와대 기밀 유출’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씨가 사용한 삼성 태블릿PC 1개를 확보해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PC 분석을 맡겼다”고 25일 밝혔다. 이 PC는 JTBC가 지난 24일 “박 대통령 연설문 44건 등 200여 개 파일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한 태블릿PC다.

기록물관리법상 처벌 가능하지만
현직 대통령은 형사 소추 제외
검찰, 최순실 태블릿PC 확보 분석

검찰 내에선 최씨의 연설문 수정 등의 행위를 두고 “여론 수렴을 위한 박 대통령 통치 행위의 연장선”이라는 주장과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무게 추는 엄정 수사 쪽에 더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 본인이 최씨에게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최씨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만큼 검찰의 수사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도 주목된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 기록물관리법에서 정한 불법유출 행위의 주체는 대통령을 제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라는 전제가 있는 조항”이라며 “청와대가 작성한 모든 기록물에 대한 무단 유출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현직 대통령의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재임 시 기소는 못하더라도 기소중지 절차는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법조계에선 청와대 문건이 사전에 최씨에게 전달됐다면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최씨가 넘겨받았다는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은 대통령 기록물이라서 유출하면 형사처벌된다.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박관천 전 경정이 이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2015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 10여 건을 박지만 EG그룹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국민 여론 수렴 차원에서 최씨를 활용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만큼 최씨 행위 역시 통치 행위의 틀 안에서 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우 사회본부장과 권모 팀장, K스포츠재단 노숭일 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