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권력 의지밖에 없는 사람이 권력 잡으면 문제 해결 안돼"

중앙일보

입력 2016.10.25 15:57

수정 2016.10.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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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전민규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5일 서강대 특강에서 “권력 의지밖에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멀어진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권력 의지밖에 없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지칭하지 않았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유 의원이 한 말이어서 청와대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의원은 이날 손호철 정치외교학과 교수 초청으로 열린 ‘경제위기, 안보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저성장ㆍ저출산ㆍ양극화ㆍ불평등ㆍ불공정ㆍ부정부패 등 국내 문제를 언급한 뒤 “여러분이 제일 불신하고 경멸하고 우습게 아는 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가 지금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로 나아가느냐가 한국 정치를 바꾸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에 대한 평가를 의식한 듯 “권력의지가 없어 보이면 정치인으로서 뭔가 자격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제가 보기엔 천만의 말씀”이라며 “제가 정치를 하면서 대통령 선거를 3번 치러봤지만, 권력 의지밖에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멀어진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분이 보는 새누리당 사람들은 당 입장에선 지나가는 과객이라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24일 제안한 개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라고 말한 뒤 “4년 동안 개헌 얘기 안하던 대통령이 그런 말씀 하시고 또 사람들(새누리당 의원)이 갑자기 달려드니, 국민들은 왜 개헌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한테 ‘자 국민투표하시오’ 이렇게 하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 대한 대통령 연설문 유출 사건과 관련해선 “최모씨가 연설문까지 고친다는 증거가 다 나왔다”며 “헌법 가치를 떠받들었다면 서울 강남에 사는 어떤 아주머니(최순실)가 대통령 연설을 뜯어고칠 수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거라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국정조사나 특검이나 뭐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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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과 함께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해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은 유 의원은 “저희 당이 잘 하면 국민들이 제3지대에 눈길을 주지 않을 것 같다”며 “우리 당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길로 간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대선 출마 선언 시기에 대해선 “정치인이 진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도전을 할 때는 현재 지지도는 신경 안 써야 한다”며 “(출마) 결심이 서면 학생들에게 최대한 빨리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