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노예를 자처하는 취준생들

중앙일보

입력 2016.10.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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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를 자처하는 취준생들

1.
“다들 이번 한 주도 파이팅!”
- 공무원 시험 준비 10개월 차 A씨(32) -

A씨는 오늘도 ‘독서실 자리인증’으로 하루를 엽니다.

2.
A씨가 참여한 ‘생활 스터디’는
정해진 시간에 독서실 출석 ‘인증’을 하고
인증을 못할 시 1000원의 벌금을 냅니다.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3.
“개방형 열람실에서 공부하면서
자리를 1시간 이상 비우면 1000원 정도 벌금을 낸다”
공무원 시험 준비 2년차 B(27)씨

B씨의 경우처럼,
공부시간에 이동을 제한하는 강한 규율의
‘생활 스터디’도 있습니다.

4
아침 신문 1면이나 젖은 머리 사진을 올려
'기상인증’을 하거나 휴식 시간을 보고하는
‘생활 밀착형' 스터디도 있습니다.

5
스터디 별로 조금씩 룰은 다르지만,
벌금과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일상을 감시하는
‘생활 스터디’가 늘고 있습니다.

6.
“혼자서 공부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신과
타협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럿이 공부하면서
서로 견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공무원 시험 준비 2년차 B(27)씨

적절한 수준의 강제성은
공시생과 취준생들이 생활 스터디를 찾는
첫번째 이유입니다.

7.
“시험을 못 봐서 답답함을 토로해도
친구들과 잘 공감대가 생기지 않는데,
수험생들끼리는 공감대가 있다”
- 공무원 시험 준비 10개월 차 A씨(32) -

팀원 간의 정서적인 유대도
생활 스터디를 찾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8.
“먼저 합격한 스터디 선배가 족보를
남겨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정보를 접하기 위해 스터디에 가입하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 2년차 김진영(26)씨-

팀원 간에 정보를 공유하거나
합격한 선배의 ‘비밀 족보’를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9.
물론 모든 생활 스터디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10.
“노량진에서 수험생활을 할 당시
공부 모임에서 공부하다가 술마시러 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 2년차 B(27)씨

취준생들은 스터디 모임이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고 말합니다.
자칫 친목 모임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
생활 스터디에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청년들은 더욱 강력한 제재로
스스로를 옥죄기도 합니다.

12.
월 20만~30만원을 주고
조교의 특별 관리를 받으며 ‘관리형 독서실’에
입실하는 경우는 양반입니다.

13.
신림동에는 4년 전부터는 핸드폰을 뺏고,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출입을
통제하는 ‘자물쇠반’이나 ‘스파르타 반’ 같은
무시무시한 특별관리반도 생겼습니다.

14.
“마치 끝이 없는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에요”
-공무원 시험 준비 2년차 김진영(26)씨-

모두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나타나는
씁쓸한 풍경입니다.

15.
청년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때로는 위안을 주고 받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박범준 인턴 park.beomjune@joongang.co.kr
디자인: 서예리 인턴 se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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