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컴퓨터공학 기술을 간단하게 압축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죠. 회로도 등 모든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해 1인 제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아요. 지난 12일, 중앙일보 청소년 매체인 소년중앙과 TONG(tong.joins.com)이 아두이노 공동개발자인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 스웨덴 말뫼대 교수와 함께 아두이노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Startup:Con2016’ 콘퍼러스의 하나로 마련된 자리였죠. 소년중앙·TONG 독자 25명이 함께했습니다.
지난 12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초2~고3 소중·TONG독자 25명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 모였습니다. “독거 어르신 이불 빨래 봉사를 하는데, 봉사자 모집이나 빨래 수거 등의 어려움을 아두이노로 해결하고 싶다”(조예원, 서울 한영외고 2),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점자 선풍기를 만들고 싶다”(최성호, 용인 언동초 6), “목적지를 설정하면 센서·GPS를 이용해 운행하는 스케이트보드를 만들고 싶다”(고예성, 김포 장기중 1)는 등의 포부를 갖고요.
쿠아르틸레스 교수의 첫 번째 미션은 ‘LED 깜박이기’. 보드에 장착된 LED는 전원과 데이터의 송수신 상태를 확인하는 장치예요. 보드와 컴퓨터를 USB선으로 연결한 뒤 전용 코딩 프로그램에 명령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되죠. 코딩 프로그램에 기본 명령 문구가 미리 적혀있고, 빈 괄호 안에 켜기(High), 끄기(Low), 1초당 깜박이는 횟수(숫자) 등을 입력해요. 너무 쉬웠던 걸까요. 25명의 참가자 모두 순식간에 1단계에 성공했습니다.
최연소 참가자 장호준(성남 보평초 2)군은 “동영상으로 볼 땐 어려워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별 거 아니다”라며 “명령어를 응용해 LED 깜박거림에 패턴을 줬다”고 자랑했습니다. 아빠가 아두이노 만드는 걸 보기만 했다는 정주호(의정부 부용초 3)군 역시 “이렇게 간단한 건지 몰랐다”며 “이제는 아빠 없이도 혼자 만들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죠.
하지만 두 번째 미션인 바람개비 회전하기에서는 질문이 쏟아졌어요. 김남혁(서울 동자초 4)군은 “올바르게 명령어를 입력했는데 반응이 없다”며 손을 들었죠. 쿠아르틸레스 교수는 “아두이노를 작동시킬 땐 꼼꼼함이 필요하다. 명령어 끝에 세미콜론(;)을 붙이거나 대소문자를 구별하는 등 사소한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보다는 간단하지만 아두이노만의 명령어 체계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어요. 바람개비의 회전 속도·강도·회전각 등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코딩도 간단하지 않았죠. 주어진 문제와 해결방법을 차분하게 생각한 후 생각을 순서화해서 차례대로 입력해야 실수 없이 성공할 수 있었죠.
아두이노는 우리 모두를 로봇 공학자로 만들어줬습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죠. 혹시 ‘아직 나는 준비가 덜 됐어’라는 마음에 망설이는 소중 친구가 있다면 지금 당장 아두이노 홈페이지(www.arduino.cc)에 접속해 보세요.
아두이노(Arduino)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와 마시모 반지 등 공동창업자 5명이 2005년 오픈소스(설계·회로도 공개) 형태로 공개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아두이노
보드를 연결한 컴퓨터에 아두이노재단(arduino.cc)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구현하려는 기능을 코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보드를 연결한 컴퓨터에 아두이노재단(arduino.cc)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구현하려는 기능을 코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글=이민정 기자lee.minjung01@joongang.co.kr,
진행=이경희·황정옥 기자, 이다진 인턴기자,
사진=최정동 기자choi.jeongdong@joongang.co.kr, 한국콘텐츠진흥원
아두이노 공동 개발자 인터뷰
원하는 대로 뜯고 바꾸며 창의력 키우세요
원하는 대로 뜯고 바꾸며 창의력 키우세요
―아두이노는 무슨 뜻인가요.
“아두이노는 이탈리아 초대 왕 ‘Arduin of Ivera’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아두이노 개발을 시작했던 디자인스쿨이 왕의 고향인 Ivera(이베라)에 있거든요. 그곳에서는 상점·광장 등에 아두이노라는 이름을 사용해요. 저 역시 아두이노라 불리는 가게에 자주 들르곤 했죠. 우리가 만든 하드웨어를 누구나 쉽게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두이노라 이름 지었습니다.”
―아두이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아두이노 관련 도구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뜯고,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두의 바람을 충족시켜줬죠. 덕분에 학교에서도 무료로 가르칠 수 있었고, 학생들은 아두이노를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또한 컴퓨터 기술을 몰라도 흥미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코딩을 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배우게 되는데요.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됩니다. 정규화시키고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것 자체에 위험 요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뭐든 강압적으로 하면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컴퓨팅 사고력, 즉 주어진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우선하는 SW수업 방식을 만들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아두이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무엇이든 다르게 보고 생각지도 못한 조합을 만들기도 하죠. 아두이노가 아이들이 상상한 것을 실현시켜 주고, 창의적인 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영어에 익숙해지세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언어는 모두 영어입니다. 또,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항상 답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물어 보세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한 단계씩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글=김현준(경기모바일고 3) TONG청소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