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정점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엊그제 승인을 거부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연구원(KISTEP) 박영아 원장 재선임 문제다. 박 원장은 지난달 28일 이사회 투표에서 13표 가운데 7표를 얻어 임기 3년의 8대 원장에 재선임됐다. 그런데 최 장관이 그동안 특별한 이유 없이 승인을 미뤄 오다 퇴짜를 놓은 것이다. 지난 1999년 출범한 KISTEP에서 이사회 추천 원장 후보를 정부가 거부한 건 처음이다. 미래부는 “개인의 인사 사항을 외부에 알릴 수 없는 일”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등 야권은 ‘청와대 개입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지난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친박계 이인선씨를 밀었다가 탈락하자 보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교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원장을 지냈다. 그런데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친이명박계인 박 원장(명지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에게 밀리자 몽니를 부린다는 것이다. 행여 사실이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에 웬 친박·비박이란 말인가.
KISTEP은 기술발전 추이를 예측하고 한 해 13조원 가까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조정·배분·평가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 곳은 전문성은 물론 식견·행정력을 골고루 갖춘 인물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기술로 나라를 세운다’는 과기입국(科技立國)의 정신을 살려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갈 수 있다. 미래부는 일련의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후임 선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과학이 정치에 휘둘리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