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를 떠나 산골 마을에서 ‘한국의 아비뇽’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 둥지를 튼 연극인들과 만종리 대학로극장 허성수(49) 감독이다. 허 감독은 지난해 4월 옛 대학로극장의 정재진(63) 대표, 연극배우 기주봉(61)씨, 단원 10여 명과 함께 만종리로 무대를 옮겼다.
‘만종리 대학로극장’단원 10여 명
재배한 밀로 피자 등 만들어 팔기도
허 감독은 “낮에 농사를 짓고 밤엔 단원들과 연극 연습과 공연을 이어 가고 있다”며 “관객들이 농산물을 구매하며 ‘예술하는 사람들이 짓는 농산물이라 더 안심이 간다’고 말할 때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농경지 바로 옆 야외 무대와 비닐하우스 1동으로 구성돼있다. 평소 연습장으로 쓰는 비닐하우스는 겨울엔 소극장으로 변한다. 지난해 7월 24일 개관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만종리 대학로극장에선 지금까지 150여 차례 공연이 열렸다. 매주 금·토요일에 여는 정기공연에는 100여 명의 관객이 몰린다. 지난 7월에는 보름 동안 ‘만종리 축제’를 열어 다양한 연극 작품도 선보였다. 허 감독은 “만종리 대학로극장이 농촌지역과 예술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양=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