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은 18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3일 신인 드래프트 순위 추첨에서 1순위 지명권을 뽑았던 모비스의 유재학(53) 감독은 이날 주저없이 이종현을 뽑았다. 유 감독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종현은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농구를 책임질 선수”라고 말했다.
2m 넘는 키에 빠르고 슛 범위 넓어
서장훈과 김주성 장점 섞은 괴물
유재학 감독, 고민없이 1순위 지명
“오리온 우승 이끈 승현이 형 지켜봐
몸 빨리 만들어 반드시 넘어설 것”
이종현은 고교시절부터 ‘괴물’로 불렸다. 그는 2m대 빅맨이면서도 발이 빠르다. 미들슛 범위도 넓어서 웬만한 슈터가 부럽지 않다. 윙스팬(양 팔을 옆으로 벌린 길이)이 2m23㎝나 되는 등 신장에 비해 긴 팔로 블록슛도 척척 해낸다. 그래서 그는 ‘서장훈(42·2m7㎝·은퇴)과 김주성(37·2m5㎝·동부)의 장점만 섞어놓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종현은 2014년 한국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데 힘을 보탰고, 지난해 6월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이종현은 “생각보다 많은 기대를 받아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차분하게 기대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모비스에서의 새 출발이 내 농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과 유 감독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주전 센터와 감독으로 만난 적이 있다 이종현은 “유 감독님은 게으르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나를 바로 잡아주신 분”이라며 “대학교 1~2학년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덤비다 호되게 야단을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유 감독님이 ‘금메달을 땄다고 방심하지 말고 다른 선수보다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지금도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모비스에 입단하면서 이종현은 아버지 이준호(50)씨에 이어 한 팀에서 대를 이어 뛰게 됐다. 신장 1m97㎝인 아버지 이준호씨는 현역 시절 모비스의 전신인 기아자동차에서 센터로 활약했다. 이종현은 “아버지는 내가 뛰는 경기를 빠짐 없이 보셨다. 포지션이 같이 보니 세밀한 부분까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고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