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외국 선수들은 대회 개막에 앞서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이란 해마다 최운정(26·볼빅)이 외국 선수들을 한식당으로 초대해서 여는 조촐한 축하 만찬을 부르는 말이다. 올해로 6년째를 맞아 외국 선수들이 대부분 참석하길 원하는 연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 10일 인천 계양구의 한 한식당에서 열린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에는 캐나다의 신예 브룩 헨더슨(19)과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 미야자토 아이(31·일본), 브리타니 린시컴(31·미국) 등 25명의 선수와 캐디, 가족 등 약 60명이 모였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의 얼굴도 보였다.
이날 만찬에는 갈비와 불고기·잡채·전 등이 상에 올랐다. 메인 메뉴인 갈비는 80kg(133인분)을 준비했는데도 모자랄 정도였다. 해마다 이 행사는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식당에서 열린다. 좌식 식탁에 쭈그리고 앉아서 갈비를 뜯으며 술잔이 오가는 장면은 ‘최운정 인비테이셔널’이 아니면 보기 드문 풍경이다.
골퍼 최운정의 특별한 초대
한국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대회
6년째 개막 전 불고기 등 한식 파티
선수·캐디 가족 등 60명 한자리
밥값 300만원은 아버지가 계산
린시컴과 쭈타누깐, 안나 노르드크비스트(29·스웨덴)는 나란히 한자리에 앉아 1시간 만에 갈비 50인분을 뚝딱 해치우는 대식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직접 고기를 자른 쭈타누깐은 “갈비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야자토 아이를 위해선 육개장도 나왔다. 평소 조리법을 물어볼 정도로 육개장을 좋아하는 미야자토를 위해 최운정이 특별히 주문한 것이다. 미야자토는 “육개장은 조금 맵기는 하지만 참 맛있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도 한잔 곁들였다. 최운정이 술잔을 건네자 선수들은 우리말로 “위하여” “원샷”을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최운정은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마련한 조촐한 식사 자리가 이렇게 커졌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의 문화를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운정의 캐디백을 메고 있는 아버지 최지연씨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런 자리를 통해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오늘 은 경쟁에서 벗어나 마음껏 먹고, 즐기자”며 건배를 했다. 300만원 정도 나온 음식값은 최운정의 아버지가 계산했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인천=글·사진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