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개봉 석달 전인 지난해 9월 미국의 스타트업 스피로(sphero)가 스마트 기기로 작동할 수 있는 커넥티드 로봇 BB-8을 출시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100만 대가 팔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에서도 출시돼 10만 여대의 국내 판매고를 기록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곳이 스피로인 셈이다. 2010년 9월 미국에서 스피로를 공동창업한 이안 번스타인(Ian Bernstein, 33)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11일 ‘스타트업콘 2016’에 연사로 참여해 “제품과 서비스에 스토리를 접목해야 성공한다”는 내용으로 강연한 그를 강연 후 따로 인터뷰했다.
스피로 CTO 번스타인 방한
영화 스타워즈 BB-8 100만대 판매
캐릭터 게임 등 다양한 분야 진출
“소비자들, 기술보다 이야기에 열광
집집마다 로봇 쓰는 시대 대비 중”
BB-8을 내놓기 전부터 스피로는 투자자가 주목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사업은 번창했지만, 소비자들은 스피로의 로봇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마트 기기로 제어할 수 있는 커넥티드 로봇도 일반적인 장난감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번스타인은 “우리 제품에 스토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7월 월트디즈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에게 짧은 시간에 회사를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스피로와 올리에 대해 설명하던 중 아이거 CEO는 “당신의 회사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은 스타워즈에 출연하는 캐릭터였고, 그 중 하나가 BB-8이었다. “이것을 만들 수 있나”라는 아이거의 질문에 “물론”이라고 대답을 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하루 만에 샘플을 만들어 아이거에게 보냈고 오케이를 받아냈다. 이후 1년 동안 제작에 매달려 BB-8을 만들었고, BB-8에 대한 라이선스도 받았다.
스타워즈라는 스토리와 결합한 BB-8은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 8000만 달러(89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스피로도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BB-8 성공으로 임직원이 180여 명으로 늘었고, 이제는 투자를 받지 않아도 신사업을 벌릴 수 있게 됐다”고 번스타인은 웃었다.
그는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큰 시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장난감 시장이 80조원을 넘기 때문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는 커넥티드 로봇과 함께 장난감 시장을 넘어선 다른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B-8도 단지 로봇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BB-8을 구매한 이들은 자신들의 재미있는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스피로는 사용자들을 위해 BB-8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30여 가지의 게임 앱도 출시했다. “포켓몬고처럼 스타워즈의 아이템과 캐릭터를 찾을 수 있는 게임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번스타인은 자랑했다. 심지어 스피로의 제품을 이용해 코딩 교육을 할 수 있는 SPRK 라이팅 랩(LIGHTING LAB)이라는 앱도 출시했다.
BB-8의 성공으로 스피로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A robot in every home’, 즉 가정마다 로봇이 하나씩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이다. 번스타인은 “50년 후에는 집 집마다 로봇이 있을 것이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과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