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B형간염 백신을 개발하는 등 평생 간염 퇴치에 헌신해 ‘간 박사’로 불렸다. 고인은 1935년 함경남도 삼수에서 태어나 5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71년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가 됐다. 60년대 말 만성 간질환의 주요 원인이 B형간염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73년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을 혈청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이 항원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해 79년 실용화했다. 세계 세 번째였다.
79년 세계 세 번째 국산 백신 실용화
로열티 모아 간연구재단 등 설립
산모가 B형간염 감염자일 경우 출생 24시간 내에 아기에게 B형간염 백신과 B형간염 글로불린(면역물질)을 동시에 주사하면 수직 감염을 99% 예방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도 고인의 업적이다. 그는 생전에 C형간염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고인은 84년 백신 로열티(약 100억원)를 모아 한국간연구재단을, 86년 서울대 부속 간연구소를 세웠다. 여기서 간뿐만 아니라 소화기 질환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두 기관은 정부에 헌납했다.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84년 국민훈장 모란장, 95년 호암상,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고인은 대한내과학회 회장·이사장, 대한소화기병학회 회장, 아시아 태평양 소화기병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애주가로도 유명하다. 목요일은 목탄회, 금요일은 금주회로 명명해 목~일요일 폭탄주를 즐겼다. 대신 월~수요일은 일절 마시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정애씨와 장남 형준씨, 차남 범준씨, 딸 소연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3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광릉추모공원.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