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8월 한 달 동안 위안화로 결제돼 해외로 유출된 자금 규모가 28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이후 5년간 월평균 위안화 해외 결제액(44억 달러)의 여섯 배를 웃돈다. 홍콩소재 골드먼삭스 이코노미스트인 MK 탕은 “이 같은 위안화 자금 유출 규모는 시장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액수”라며 “사실상 대금 결제를 가장한 달러 유출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중국 투자 규제 영향
결제 가장한 달러 유출 많은 듯
외환보유액 3조 달러 붕괴 눈앞
11일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위안화 가치를 달러 대비 0.13% 절하한 6.7098위안에 고시했다.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위안화 가치다. 고시 환율 기준으로 ±2% 범위에서 움직이는 위안화 시장 환율은 이날 달러당 6.7147위안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이후 위안화 가치는 0.64%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6년래 최저치로 떨어지자 추가절하·자금유출 경계감도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위안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중국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도 투기 자금을 해외로 빠져나가게 해 위안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는 자본유출의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의 싱크탱크인 모네타 션밍가오(沈明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환율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이 자본의 유출만 통제하고, 유입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자 중국 정부는 여러 가지 규제를 신설했다. ANZ뱅킹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이몬드 영은 “역내에서는 위안화의 약세 압력이 완화됐다”며 “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더 이상 크게 줄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9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664억 달러로 5년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9월 한 달새 188억 달러가 줄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게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대세다. 외환보유액 3조 달러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어서 그 이하로 내려가면 위안화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