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시작과 함께 무대로 등장한 두 후보는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토론 초반 트럼프는 조심스러웠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는 정중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음담패설에 해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다 곧바로 회피 전술을 구사했다. “지금 이슬람국가(ISIS)가 참수하는 세상”이라며 “중세와 같다”며 엉뚱한 답변을 했다.
두 후보, 악수도 않고 난타전 벌여
트럼프 “난 말로 했지만 빌은 행동”
클린턴은 탈세 의혹 제기하며 공세
클린턴은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공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중국산 철강 덤핑으로 미국 전역에서 철강 근로자들과 철강업계를 죽이고 있다”고 하자 클린턴은 “트럼프가 그걸 사서 자기 건물을 짓는 데 쓰고 있다”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후원자들도 공세 소재로 준비했다. 그의 탈세 의혹을 놓곤 “클린턴의 친구인 워런 버핏도, 조지 소로스도 공제를 받았다”며 “(이들과 같은) 많은 이로부터 받은 돈으로 클린턴이 선거 광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역시 “트럼프는 참전용사를 위해서도, 군을 위해서도, 교육을 위해서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맞섰다.
두 후보의 공방은 증세, 건강보험 개혁, 무슬림 이민자 대책 등 전방위로 번졌다. 클린턴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정책)로 2000만 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계승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는 재앙으로 너무 비싸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은 세금을 올리려 하지만 나는 낮추겠다”고 나서자 클린턴은 “(연 소득)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 미만인 누구도 세금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부유층 증세로 반박했다.
클린턴은 시리아 해법을 놓고도 “시리아군과 러시아의 알레포 민간인 폭격에 대한 전쟁범죄 여부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단언했다. 반면에 트럼프는 시리아를 공습할 수도 있다고 밝힌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
토론 막판 트럼프는 “클린턴은 포기하지 않는 파이터”라고 했고, 클린턴은 “트럼프의 자녀들은 능력이 있고 헌신적”이라고 상대를 칭찬했지만 공방 속에 묻혔다.
트럼프의 이날 전략은 결국 공세를 통한 생존이었다. 후보 교체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 반클린턴 정서로 뭉친 자신의 지지층이 원하는 클린턴 비난을 90분간 쉴 새 없이 펼쳤다. 반면에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맞서면서도 청중을 직접 상대했다. 이날 토론은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타운홀 방식이다. 클린턴은 청중석에 앉아 있던 질문자 앞으로 다가가 눈을 맞춘 채 답변한 반면 트럼프의 시선은 TV 카메라와 클린턴을 향했다. 타운홀 방식은 또 무대에 의자가 있어 상대가 발언할 땐 의자에 앉아 경청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트럼프는 클린턴이 답변할 땐 앉아 있지 못하고 클린턴 뒤에 서 있거나 무대를 어슬렁거렸다. 마치 목표물의 약점을 노리는 맹수와 같았다.
클린턴은 트럼프를 맞아 흥분하지 않으며 지지층을 안심시켰다. 트럼프 역시 음담패설 발언에 대한 클린턴의 공격에 쩔쩔매다 무너지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TV 토론 대결은 오는 19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