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르면 전국 법원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근거로 김영란법 과태료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질서행위규제법은 법 위반 시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던 기존의 행정처분과는 다르다. 고의적인 위반인지, 순수한 과실인지 등을 따져 경우에 따라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도 한다.
수도권 법원들 지침 마련
‘질서위반행위규제법’ 근거로 재판
고의 없으면 불처벌 ‘책임주의’ 원칙
1·2차 조사기관 비위 검증 책임 강조
법원은 신고 접수기관인 권익위와 비위 대상자 소속기관의 ‘입증 책임’도 강조했다. 권익위가 1차 조사기관으로서 ▶비위 내용 ▶일시·장소 ▶신고자 인적 사항을 꼼꼼히 특정한 뒤 소속기관에 통보하라는 것이다. 또 소속기관은 2차 조사 때 신고자·참고인 등에 대한 임의조사를 실시하고 영상·사진 등 확실한 증거자료를 확보해 법원에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럼에도 증거 등이 부족하면 법원은 소속기관에 보충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이후 추가 자료 역시 미진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김영란법 위반에서부터 과태료 재판까지의 절차를 가상으로 살펴봤다.
◆철저한 증거 조사 요구
2차 조사에 나선 직장 청렴감사실은 신고자를 다시 불러 수사기관처럼 동영상·사진 등의 증거물을 요구했고, 제주도 골프장 캐디 등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나씨는 “골프를 쳤고 비용은 김씨가 냈다”고 자백했다. 청렴감사실은 여러가지 상황을 따져 나씨가 받은 금품의 액수가 1회에 100만원이 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받은 금품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사안이다.
이에 따라 청렴감사실은 나씨 주소지 관할 법원에 사건을 넘겼다. 나씨는 법원의 과태료 부과 결정 이후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항고와 재항고를 거치는 3심 과정은 일반 재판과 동일하다.
하지만 나씨가 김씨의 부정청탁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등 형사처벌 대상 비위를 저질렀다면 절차가 바뀐다. 청렴감사실은 나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고, 검찰 기소 후 형사재판이 열리게 된다.
◆대법 "여러 정황 세밀하게 판단해야”
대법원 관계자는 “권익위의 유권해석과 달리 실제 재판에선 여러 정황을 두루 세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김영란법 위반 시 과태료 산정 기준을 마련해 다음달 전국 법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